[새전북신문] '논어' '자로편'에서 초나라 재상 섭공(葉公)이 공자에게 정치의 요체를 물었다. 섭은 초나라의 변방이었다. 백성들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을 불러들여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 절박한 질문에 공자의 답은 의외였다. "근자열(近者悅), 원자래(遠者來)" 가까운 사람이 기뻐하면 먼 사람이 스스로 찾아온다는 뜻이다. 사람을 더 모으고 싶다면 먼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붙잡으라는 이야기다. 공자는 외연 확장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순서를 분명히 했다.
물론 공자의 대답은 다목적용이었다. 섭공에게 정치란 ‘먼 곳의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해야 합니다.(遠者來)’라고 대답했던 것은 먼 곳에서 찾아온 자신의 입장을 빗대어서 암시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섭공은 애당초 공자를 포용할 만한 그릇이 됐다. 두 번째 만났을 때 섭공은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마을에 직궁(直躬)이란 행실이 강직한 사람이 있는데, 그는 자기의 아버지가 양을 훔쳤을 때 자식으로서 그 사실을 증언하여 체포되도록 하였는데 이를 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우리 마을의 강직한 사람은 그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숨기고 자식은 아버지를 위해 숨기는데 진실로 강직함이란 그런 가운데에 있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는 달리 ‘여씨춘추’에는 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나라의 직궁은 자기 아버지가 양을 훔친 것을 고발하여 관리들이 아버지를 잡아다 죽이려하자 이번에는 아버지대신 처형을 받겠다고 요구한다. 관리가 그를 처형하려하자 직궁은 ‘아버지가 양을 훔친 것을 고발했으니 신의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또 아버지를 대신하여 처형을 받으려 하니 효성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처럼 신의가 있고 효성이 있는 사람을 처형한다면 나라 안에 그 누가 또 처형당하지 않겠습니까’하고 아뢴다. 초나라의 임금은 그 말을 듣고 옳다고 생각하여 직궁을 용서해 주는데, 그러나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이상하구나. 직궁의 신의라는 것은. 한 아버지를 두고 두 번이나 명성을 취하려 하다니.’라고 탄식하였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처럼 천륜의 예를 중시했으며 직궁과 같은 신의는 없는 것보다 못하며 직궁과 같은 효성도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본 것이었다.
어쨌든 공자는 두 번이나 섭공을 면담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였다. 직궁에 관한 얘기가 암시하듯 섭공의 가치관과 공자의 가치관에는 일치할 수 없는 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정치가 무엇이냐’는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강자(季康子)에게는 "당신이 앞장서서 바르게 행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게 행하지 아니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제나라 군주 경공(景公)의 정치에 대한 질문엔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것"이라고 했다. 결국 공자가 말하고자 한 정치는 ‘군주 스스로가 그에 걸맞은 바른 행동을 해 백성들의 본보기가 돼야 백성들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백성의 본보기가 돼야 할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정치인이 정치인답지 못하니 어찌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진짜 정치인이라면 밑바닥 경제, 골목상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는 거창한 술수가 아니라, 백성의 삶을 돌보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의 공감과 소통에서 출발해야 함을 강조한다. 국민들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진정한 정치인을 원한다.
선정(善政)을 기뻐하지 않는 백성은 없다. 백성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정치는 좋은 정치다. 악정(惡政)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기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열(說)이란 내심(內心) 기꺼워함을 의미한다. 백성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보다 더 좋은 정치가 어디 있겠는가. '근자열(近者說)'은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백성과 신하들이 만족하고 행복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이다. '원자래(遠者來)'는 가까운 곳이 안정되고 살기 좋아지면, 명성이 퍼져 멀리 있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의 이 짧은 문장은 오늘날 정치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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