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오늘의 20대는 어느 세대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간다. 인공지능과 플랫폼 경제가 일의 방식을 바꾸고, 취업과 주거의 문턱은 높아졌으며, 노력만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열심히 공부해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한 번의 실패가 인생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을 다시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단순히 책을 많이 쓴 학자가 아니었다. 권력의 중심에서 개혁을 꿈꾸었고, 정치적 시련으로 유배를 떠난 뒤에도 좌절하지 않고 사회의 문제를 분석했다. 그리고 백성의 삶을 바꾸기 위한 제도와 행정의 방향을 끈질기게 기록했다. 1801년 신유사옥으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당시 마흔 살 안팎이었던 그에게 유배는 사회적 경력의 단절이자 인생의 추락처럼 보였을 것이다. 정약용은 강진에서 18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유배를 자신의 인생이 끝난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 사회를 더 깊이 연구하고, 자신이 관료로 경험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물이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현실을 떠난 철학을 만든 것이 아니라, 백성의 세금과 재판, 토지와 행정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를 연구했다. 중요한 것은 절망적인 조건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사회적 가치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정약용은 권력을 잃었지만 문제의식을 잃지 않았다. 관직은 빼앗겼지만 공부와 기록, 사유의 힘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약용이 젊은 세대에게 주는 첫 번째 교훈은 자신의 속도가 늦어졌다고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20대는 또래의 취업, 연애, 소득, 주거, 해외 경험을 실시간으로 비교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성공한 사람의 결과만 보이고, 자신의 과정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삶에는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은 유배지가 찾아온다. 취업 실패, 질병, 관계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진로 변경이 그것이다. 정약용은 자신의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았다. 지금 당장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한 번의 시험에 실패했다고 해서,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다고 해서 자신의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멈춰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하는가이다. 두 번째, 공부는 스펙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다. 정약용에게 공부는 과거시험 합격을 위한 지식 축적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농업, 행정, 법률, 토지제도, 과학기술, 언어와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탐구했다. 학문을 분리하지 않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결했다. 오늘의 20대에게도 필요한 공부는 단순히 자격증과 점수를 늘리는 공부만은 아니다. 인공지능을 배우더라도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해야 하고, 경영을 배우더라도 누구의 삶을 개선할지 질문해야 한다. 전공과 직업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시대에는 한 분야의 지식에 다른 분야의 관점을 결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세 번째 교훈은 정약용은 출세와 명예를 얻기 위해 공부했지만, 그의 사상은 결국 백성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는 좋은 행정이란 화려한 정책이 아니라 세금을 공정하게 거두고, 억울한 사람을 줄이며, 가난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20대에게 정약용이 전하는 메시지는 거창하지 않다. 당장 모든 것을 이룰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배우는 일을 멈추지 말고,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며, 자신의 능력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 정약용의 삶은 우리에게 말한다. 인생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나 성공의 무대에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 계획이 무너진 시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순간에 진짜 실력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실력은 자신을 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고려대학교 김상근연구교수(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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