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이면

[책마주보기] 에드워드 파머 톰슨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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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통상적인 계급개념과 달리 하나의 역사적 현상으로 계급을 이해한 톰슨은 그것을 어떤 구조나 범주로 구분하기보다는 인간관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관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역사적 사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으로서 발생하게 되는 경험적 관계는 실재하는 사람들과 현실적 맥락 안에서 구체화된다. 지주층과 노동자들의 예와 같이 계급적 경험은 자기와 이해관계가 다른 타인들과 대립되는 동일한 이해관계가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 나타난다.

따라서 계급은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맺게 되는, 자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경험하는 생산관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계급의식은 그런 경험들이 문화적 맥락에서 전통적 관념과 가치체계 등 여러 가지 제도적 형태로 조정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산관계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자각하고 조직화하여 형성되는 총체적 과정인 것이다.

또한 계급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구성체로 이해된다. 이 구성체는 일련의 흐름을 거쳐 대두하는 것으로서 그에 대한 검토는 상당한 역사적 기간을 요한다. 이에 톰슨은 18세기 말~19세기 초반에 걸친 영국의 선거법 개정 국면까지를 중심으로 노동계급의 형성과 정치적 각성을 추적하는 한편 런던 통신협회, 기계화에 반대하는 러다이트 운동, 자코뱅주의 협회와 같이 음지에 가려져 있던 대중운동을 재조명하고 급진주의 의식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개진한다.

특히 톰슨은 노동자들의 주체적 역할과 그들이 자각적인 노력으로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데 이바지한 바를 주목했다. 그의 시선에 비친 노동자들의 삶, 직종별 계급 경험의 다양함이 드러나면서 수직공과 장인의 전통 기술은 새로운 공업화에 밀려나고 그들의 적대감이 향한 무정부주의나 공산사회 지향적 이상들, 폭동을 꾀한 일들은 무모한 몸부림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격변의 혼란기를 살아 넘겼다.

마르크스는 그의 담론에서 계급의 문제를 논의하는데 자본가 계급과 노동계급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재생산되고 되풀이되는 그 본원적 폭력 때문에 계급의 한쪽은 다른 쪽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전유한다고 말하고 있다. 부정과 사악함을 배태한 자본의 본성을 등에 업은 지배계급에 의해 고통을 겪는 노동자의 신음에 귀 기울인 것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을 이루었고, 사회 구조를 지주와 농민에서 산업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로 변화시켰다. 공장법 개정과 더불어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열악한 노동자의 삶이 개선되었고 기계화의 위력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많은 사람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생활방식의 붕괴를 수반한 빈곤화의 경험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안전과 휴식을 빼앗은 노동 착취와 아동 노동 문제, 환경 오염 등 심각한 부작용은 세상을 바꾼 혁명이 남긴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이후 야기된 사회 문제는 시대의 쟁점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아직도 우리가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악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요구한다.

노동자들의 연대, 집단주의, 정치적 급진주의의 가치가 노동계급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논지 뒤에는 장인들이 노동계급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지 하류층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논점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역사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에서 고전으로 읽히며 계급을 경험문화와 투쟁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시각을 열고 또 스스로를 만들어간 능동적 주체로 복원하려 한 것은 인류 역사 인식의 균형을 마련하는 데 있어 초석이 될 것이다.



이지혜 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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