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고인돌과 익산 미륵사지석탑 사리장엄구 등 소개

-서헌강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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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지은이 서헌강, 펴낸 곳 다산초당)’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편견을 단숨에 깨뜨리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텍스트를 압도하는 아름다운 사진이다. “우리 문화유산은 서헌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의 말처럼 책에 수록된 70여 장의 고화질 사진들은 저자가 집요하게 포착해 낸 우리 문화유산의 진면목을 오롯이 담아내며 거대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마치 한 점의 예술 작품처럼 표지 커버 뒷면을 장식한 포스터는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그저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천년의 시간이 빚어온 가장 한국적인 멋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화려한 유럽의 건축물이나 예술품 앞에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정작 우리의 문화유산은 익숙하다거나 오래되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깎아내리고는 한다.

하지만 최근 고궁 야간 산책, 박물관 굿즈(뮷즈), 전통문화 행사와 전통 다과 등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좀 더 감각적으로 즐기려는 ‘K-헤리티지(K-Heritage)’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곧 ‘우리 예술’에 담긴 새로운 아름다움을 향한 대중의 높아진 관심을 입증한다. 2026년 7월 대한민국 최초로 개최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거치며 한국의 문화유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고 그 미학을 발견하는 안목을 갖추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미처 몰라본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에세이다. 30년 차 문화유산 사진작가인 저자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거나 접하기 어려웠던 우리 문화유산의 새로운 모습을 70여 장의 고화질 사진으로 펼쳐낸다. 문화유산을 오래된 유물이나 익숙한 관광 명소, 즉 ‘보존하고 관람하는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호흡하며 살아 있는 이야기가 담긴 대상’으로 조명하며, 우리 문화유산이 품어온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포착하여 ‘우리 예술’의 감각과 그 깊이를 전한다.

“혼신으로 그 맥박을 이어 그들이 방금 태어난 듯 다시 반짝인다”라는 추천사처럼 잠들어 있던 문화유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저자의 사진들을 수록한 이 책은 그 구성 또한 단연 돋보인다. 고창의 무장읍성이 지닌 신비로우면서도 고즈넉한 풍경을 담은 사진을 표지 커버 뒷면에 담아 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곁에 두고 싶은 아트북이자 선물용 도서로서의 매력을 한층 더했다.

비 오는 날이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고, 눈 오는 날이면 소복하게 쌓여가는 눈을 바라본다. 한여름에는 온몸이 녹아내릴 듯한 무더위를 견디고, 한겨울에는 금방이라도 살갗을 에는 한파와 맞선다. 여한 없는 한 컷을 위해 같은 장소를 수십 번 방문하고, 원하는 빛과 시간을 만나기 위해 수년을 기다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고된 노동이지만, 저자에게는 문화유산이 품어온 이야기를 가장 온전하게 기록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책에 실린 사진마다 배어 있는 깊고 단단한 시선은 그렇게 30여 년간 현장을 누비며 쌓아온 문화유산 사진작가로서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지은이의 사진이 백과사전이나 교과서 또는 보고서 등에서 흔히 보는 정형화된 사진과 다른 지점은 문화유산 저마다의 생생한 현장성과 그 안에 축적된 서사를 한 장의 프레임에 담아냈다는 데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가유산청,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가유산진흥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등과 협업하며 연간 6000건 이상의 문화유산을 촬영해 온 저자는 조선왕릉부터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까지, 우리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핵심이 된 사진들을 작업했다. 또한 20여 년간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조사하는 일에도 참여해 왔는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봉사·활용 부문 대통령 표창을, 202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과 국가유산청장 표창을 받았다.

매년 수많은 사람이 고궁과 왕릉을 찾지만, 푸른 어둠 속에서 열아홉 칸의 신실이 빛나는 종묘 정전이나 오래된 성곽 위로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듯한 순간을 직접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공간, 사람, 유물, 삶이라는 4가지 축을 중심으로,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 문화유산의 깊은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1장에서는 종묘 정전, 궁궐, 조선왕릉, 한양도성, 수원화성 등 오래된 건축물들이 시간과 빛 그리고 현대의 풍경 속에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기록한다. 2장에서는 사라져 가는 전통을 손끝으로 이어가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을 비롯해 종가의 제례, 전통 가옥, 읍성 등을 조명한다.

이어 3장에서는 고인돌, 미륵사지석탑 사리장엄구, 국외 소재 문화유산 등 유물의 결정적 순간을 담기까지의 과정과 생생한 후일담을 풀어낸다. 마지막 4장에서는 문화유산 사진작가로 살아온 저자의 삶과 선택, 신념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국내외 유무형 문화유산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포착해 온 저자의 사진은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일회성 시각 자료를 넘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문화유산의 진면목과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오롯이 마주하게 한다.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물론, 한국사를 좋아하는 ‘역사 덕후’와 사진이 취미인 사람, 복잡한 일상 속 쉼과 영감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우리 문화유산만의 가치와 자부심을 일깨워 주는 든든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각각의 문화유산이 가진 진정한 가치와 깊은 울림을 느끼며, 오랜 시간이 품어온 ‘한국의 숨결’을 고스란히 호흡해 보자.

매일 새벽, 그날의 기대와 설렘으로 눈을 뜬다는 저자는 '문화유산'이라는 렌즈로 오늘도 여전히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물을 잇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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