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주창했을 때 많은 화재를 모았다. 지구는 대기·해양·토양·생명체가 서로 정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즉 가이아(Gaia)이론이다. 지금도 과학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찬반 이론이 분분한 이론이지만 이에 동의하면서 수긍하는 사람이 많다. 가이아는 수억 년 동안 대기 중 기체 농도와 지구의 표면 온도를 무수한 생명이 살아가는데 가장 적합한 상태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금, 가이아는 신음하고 있다. 인류라는 단일 종이 벌이는 수탈과 파괴로 인해, 자율 조절 능력인 항상성이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경남 양산 기온이 섭씨 41도를 넘어 대지를 끓이더니, 8월 2일엔 42.5도라는 122년 대한민국 기상관측 역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 40도가 넘는 폭염이 닷새 연속 이어진 것은 과거에는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생경하고 두려운 현실이 되었다. 아스팔트는 기괴하게 일렁이고, 도심 전체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으며,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고 열대야는 잠을 설치게 하였다. 김제에서는 고령자가 밭에 나갔다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 무시무시한 폭염은 단순한 계절적 이상 현상만은 아니다. 지구가 고통을 참아내며 인간에게 경고하는 비명이다. 인간의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장기가 파괴되었을 때 체온이 40도 넘게 치솟으며 고열 발작을 일으키듯, 가이아 역시 자신의 체온 조절 장치가 고장 났음을 알리고 있다.
지구가 가진 수많은 장기들은 이미 심각한 기능 상실 상태에 빠져 있다. 지구의 전 방위적 상황을 둘러보면 절망감이 깊어진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동남아, 아프리카 등 열대우림 숲과 시베리아의 침엽수림은 무분별한 개간과 초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되어 가고 있다.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야 할 숲이 오히려 탄소를 방출하는 병리적 상태로 변했다. 남극과 북극, 히말라야의 만년설은 빠른 속도로 녹아내려 지구의 체온을 낮춰주던 알베도(반사율)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인류는 석유와 가스를 파내기 위해 깊은 지구 속까지 시추관을 꽂아 넣고, 지하자원을 캐낸다며 곳곳에 구멍을 뚫었다. 도시에는 엄청난 중량의 초고층 마천루들이 들어서며 얇은 지각판을 짓눌러 대고 있다. 지각에 가해지는 압력 불균형은 인공 지진과 지반 침하를 불러오고 있다.
한동안 이념대결만 하던 지구에 유혈이 자행되는 국제적 군사 충돌과 폭격이 발생했다. 첨단 무기 시험과 핵실험은 지구의 표면과 토양에 유독성 중금속과 방사능을 쏟아붓고 있다. 인류가 서로를 향해 쏘아 올리는 포탄은 가이아의 혈류에 독극물을 투여하고 피부에 해당하는 표면에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이뿐만 아니다. 인간이 야생 서식지를 헤집고 짓밟은 결과, 생태계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변종 바이러스들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현재 프랑스와 스페인에 일어난 대형 산불, 아시아의 기습적인 대홍수와 산사태, 북미를 덮치는 허리케인 등은 모두 가이아가 심하게 상처받은 몸을 더는 견딜 수 없어 거부하는 몸부림 같다.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가 스스로 균형을 되찾기 위해 인류라는 유해 요인을 제어하는 피드백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가 겪는 극한의 기후 변화는 지구 자체가 멸망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생태계의 불균형을 일으킨 인류를 밀어내는 자가 면역 반응일지 모른다.
양산의 42.5도는 대한민국에 내려진 경고장이다. 우리가 지구를 한갓 무생물 자원 창고로 여기며 끝없는 정복과 수탈을 지속한다면, 가이아가 보낼 다음 단계는 인류 문명의 종말이 될 것이다. 지구는 인간 없이도 수십억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수억 년을 살아가며 치유할 수 있지만, 인간은 가이아 없이는 한순간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문명의 패러다임을 자연 정복과 파괴가 아닌 공생과 회복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구라는 위대한 생명체의 고통을 직시하고, 파괴된 시스템을 가꾸는 지각 있는 조절자로 거듭나는 것만이 인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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