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 기후변화 시대, 문화유산을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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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올해는 더위가 조금 늦게 와서 예년보다 시원하려나 싶더니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국내 최고기온 기록이 매일같이 새로 쓰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경남 양산에서 122년 기상관측 이래 처음으로 42.5℃를 기록했다고 한다. 덥고 습하고 그야말로 거대한 사우나 안에서 생활하는 기분이다. 올해 경험한 여름이 앞으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는 말도 예전 같으면 다소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렸겠지만, 이제는 해마다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더위보다 무서운 것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일상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문화유산도 그 변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 수백 년, 길게는 천 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온 문화유산은 원래부터 자연 속에 있었다.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고, 눈을 이겨내며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래서 문화유산은 원래 자연을 견디는 존재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기후는 과거 문화유산이 오랜 세월 겪어왔던 자연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문화유산 현장을 점검하다 보면 기후변화는 통계나 뉴스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다. 한여름에는 숨이 턱 막히는 폭염속에서 점검을 하고, 장마철에는 집중호우에 현장을 찾는다. 예전에는 계절마다 반복되는 자연현상으로 여겼던 비와 더위가 이제는 기존 시설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폭우로 배수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토사가 유실되기도 하고, 높은 습도가 계속되면 목재에는 부후와 곰팡이가 생기고 이끼와 충해 등 생물피해가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현상들이 반복되면 문화유산의 수명과 보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 이전에는 문화유산 보존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태풍이나 집중호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폭염과 장기 가뭄, 대형 산불까지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새로운 환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은 목조 건축물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고, 흙으로 마감한 벽체에는 미세한 균열을 만들기도 한다. 오래된 기와는 강한 자외선과 큰 일교차를 반복해서 견뎌야 하고, 수백 년을 살아온 노거수와 보호수도 극심한 고온과 수분 부족의 영향을 받는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더라도 문화유산은 계절이 달라지는 속도를 우리보다 먼저 견디고 있는 셈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로 문화유산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역시 더 이상 기후변화를 먼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다.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집중호우는 더욱 강해졌으며, 봄과 가을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자연환경이 달라지면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방식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화유산 보존 분야에서는 예방보존이라는 개념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훼손이 발생한 뒤 복원하는 것보다, 이상 징후를 미리 살피고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듯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다.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배수시설을 점검하며, 균열이나 기와 탈락 여부를 살피는 작은 관리가 훗날 큰 훼손을 막는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이지만 이러한 일상의 관리가 문화유산을 오래도록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국제적인 문화유산 보존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무력분쟁과 기후변화, 개발 압력 등 세계유산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에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부산 선언’이 채택되었다. 기후위기가 이제 특정 지역의 환경문제를 넘어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문화유산의 보존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환경이 달라지면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기준과 방식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시간을 품고 있지만, 그 시간을 미래로 이어가는 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기후변화 시대에는 보존의 방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 오랜 세월 자연을 견뎌온 문화유산이 앞으로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이제는 과거의 경험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기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위는 언젠가 지나가겠지만 기후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준비하는 작은 관심과 예방관리가 먼 훗날에도 문화유산을 그대로 만날 수 있게 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전북동부 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도내 동부권역 8개 지역의 390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국가유산의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재질별 전문 모니터링, 경미한 수리와 일상적 관리를 통해 예방 보존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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