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부산에서 만난 조행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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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7월 중순, 부산 벡스코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국제행사가 열렸다. 이름하여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이다. 매년 개최되는 정부간 회의로서, 세계유산 등재를 비롯하여 유산의 보존 및 관리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지 38년만에 이 회의를 유치하게 되었다.

행사 기간동안 벡스코에서는 본 회의 이외에도 우리나라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의 현황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공식 전시관 ‘대한민국관’과 k-헤리티지 스테이지가 운영되었다.

오랫동안 세계유산 활용을 고민해 왔던 필자는 짬을 내어 벡스코에 마련된 대한민국관을 보기 위해 부산으로 달려갔다. 오랜만에 방문하는 곳이라 최대한 다양한 것을 경험하기 위해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다. 제일 먼저 보고 싶었던 것은 국립해양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행일록>이었다.

2019년 부산광역시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조행일록은 함열현감 임교진이 1862년 11월부터 1863년 5월까지 세곡을 한양까지 배로 운반하는 여정을 기록한 일기이다. 세곡 운반의 여정 뿐 아니라 세곡 내역이나 항해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박물관으로 달려갔다. 상설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조행일록에 있는 한 문장이 써 있는 영상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기록물을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시되어 있는 조행일록에는 복제본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박물관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원본은 수장고 소장 중이라고 한다. 진본을 못봐서 애석했지만, 전시관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조행일록 전시도록을 살펴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박물관이 2020년 조행일록 번역서를 발간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곳 박물관에 와서야 2024년에 <조행일록-서해바다로 나라 곡식을 옮기다>라는 주제로 기획전시가 열렸고, 관련 도록도 발간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시도록을 본 것만으로도 벡스코 대한민국관 가기 전에 이미 부산에 온 보람은 맘껏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현존하는 조운일기 중 가장 오래된 조행일록에는 함열현 성당창에 보관되어 있던 쌀과 콩 1만 3천여석의 세곡을 열두 척의 배에 나눠 싣고 금강을 지나 한양의 경창까지 운송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자료는 조선 후기 조운제도의 연구 뿐 아니라 익산과 금강, 성당창, 조세와 조운의 현황과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도 너무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해양박물관이 조행일록을 번역, 전시하고, 도록까지 펴냈으니 다행이라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금강과 군산, 익산 등 전북 서부지역의 역사문화를 보여주는 국립익산박물관 역사문화실에 전시되어 전북의 중요한 일면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문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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