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살면서 이렇게 가슴 뛰어본 적 있어?”
『사람과 고기』라는 영화에서, 우식(장용)이 이 말을 하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7, 80대의 세 노인이 고기를 먹기 위해 손님이 많이 드는 식당을 찾아다니며 무전취식을 한다. 노인들에게 고기는 “돈 있어야 먹을 수 있고 혼자 먹기엔 서러운 음식”이다. 그렇게 식당에서 고기 먹는 행위 자체가 이들에게는 ‘가슴 뛰는 일’이었다.
가슴 뛰는 일을 하라면서 수년간 여러 강연장에서 청소년, 청년, 그리고 현장의 선생님들께 마치 교조처럼 떠들고 다녔다. 가슴 뛰는 일이란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림을 주는 일이다. 나에게는 상처받고 아픈 청소년을 살리는 일이었다. 그들을 위해 정책을 바꾸고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 내는 활동이다. 모든 직업에 가치를 붙잡고 본질에 집중하는 일이 가슴 뛰는 일이기도 했다. 의사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돈이 아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몰입해야 하고, 경찰 또한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정의를 위해 악당들을 잡아들이는 일이었다. 모든 직업은 당사자가 어떻게 규정하고 일하느냐에 따라 가슴 뛰는 일이 되기도 하고,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남기도 한다.
『사람과 고기』에서 가슴이 뛰는 일은 노인들이 식당에서 돈 안 내고 고기 먹는 일이었다. 사람이 살아 간다는 것, 생명을 붙들고 살아 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때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우식은 “형님과 여사님과 고기를 먹으러 다녔던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한마디에 긴 시간 먹먹했다. 오래전 청년의 때를 지나 중장년을 살아가면서 좋았던 때가 모두 지나갔고, 세 노인 모두 혼자가 되었다. 살기 위해 폐지를 주우며 종이 다발 하나 때문에 싸움박질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고, 노상에서 야채를 팔며 백 원이라도 더 모아 보려는 악착같은 모습이 되었다.
죽음을 기다리면서도 살기 위한 노인들의 시간을 보면서 또 다른 우리 모습을 보게 된다. 살아 있지만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치부되는 이들이 있다. 혼자서 쓸쓸이 죽어가는 독거노인들도 그렇고, 어느 공간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청년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용히 알바를 전전하며 삶을 이어가는 청년들,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시설 한구석에 계속 있어야 하는 장애인들, 이민자로 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키우고 있지만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까지, 돌아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존재를 부정당한 채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세 명의 노인들이 원한 것은 그저 고기 한 점 함께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를 사람으로 존중해 주는 이웃과 가족이 내 앞에 존재하게 되는 일로, 이 땅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가슴 뛰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무전취식하면서 마주해야 하는 긴장과 불안을 넘어서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의 자리에서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살아 내기 위해 부딪치며 알았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가져야 할 존엄은 바로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관계에서 시작되고, 그 순간의 모든 일은 우리 가슴을 뛰게 한다는 것을.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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