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지은이 옛사람, 옮긴이 최창섭 신진순, 각색 이삼남)'은 1910년대 활자본으로 처음 출간된 소설 〈채봉감별곡〉과 잘 알려진 조선 후기 소설 〈장화홍련전〉을 함께 엮었다.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두 소설에는 운명과 사회에 맞선 여성들이 등장한다. 채봉과 장화, 홍련은 욕심에 눈이 먼 부모와 무조건 순종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 진실한 사랑과 정의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전소설을 현직 교사인 이삼남 작가가 청소년들이 읽기 쉽도록 다시 쓰고 친절한 해설을 달았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설 속 시대와 배경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채봉과 장화, 홍련은 모두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채봉이 아버지 김 진사는 벼슬자리를 얻기 위해 채봉을 세도가 허 판서의 첩으로 보내려 하고, 장화, 홍련의 의붓어머니 허 씨는 거짓 누명을 씌워 장화와 홍련을 죽인다. 부모에 대한 순종과 집안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채봉과 장화, 홍련은 주저앉아 울고만 있지 않았다. 스스로 기생이 되고 물에 빠져 넋이 되어서도 지켜내야 할 것이 있었다.
역경을 맞아 채봉이 한 선택과 장화, 홍련이 한 대응을 보면 이들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장화 홍련이 살던 17세기와 〈채봉감별곡〉이 탄생한 1910년대가 차이 나는 만큼, 채봉은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여 문제를 해결한다. 장화 홍련은 의붓어머니의 모함 속에서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한 채 죽지만, 채봉은 부모에게서 도망쳐 스스로 기생이 되고 끝까지 사랑하는 임을 찾아낸다. 평양 감사를 도와 공무를 맡은 것을 보아도 채봉은 이전 고전소설 인물들에서 한 발짝 나아간 인물이다.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에는 진실한 사랑을 지켜내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 억울한 누명을 벗고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뜻, 악한 이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수많은 여성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채봉감별곡〉은 1910년대에 딱지본 소설 또는 육전소설이라고 불리던 활자본 소설로 태어나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 왔으며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세도정치가 극심하던 시기다. 〈장화홍련전〉은 1640년쯤 평안도 진안출신 철산 부사 전동흘의 실화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다.
시대가 서로 다르긴 하지만 채봉과 장화, 홍련이 살던 세상에서 여성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웠다. 가장의 명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받았고,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죽기도 했다.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은 이런 시대에 살던 여성들의 삶을 잘 담고 있다. 또〈채봉감별곡〉에는 돈으로 벼슬자리를 사고파는 썩어빠진 관리들, 곳곳에서 일어난 민란과 도적떼, 신분제가 붕괴되는 시대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시대와 비교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방향은 어떤지 살펴보고, 소설 속 인물의 선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서 의견을 나누고 성찰할 수 있다.
우리 고전소설 원문에는 읽기 어려운 한자어와 중국 고사들이 많아 그대로 읽기 어렵다.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은 북녘 학자의 번역본을 바탕으로 현직 국어 교사이자 시인인 이삼남 작가가 문장을 쉽게 다듬고 설명을 달아 청소년들이 읽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 원문 속 긴 가사를 다듬고, 어려운 고사들을 쉽게 풀어 썼다. 또 남녘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북녘에서는 흔히 쓰는 입말과 방언을 곳곳에 살려 두어 다양한 우리말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우리 고전 깊이 읽기’를 더하여 이 소설들의 시대 배경들을 소개하고 청소년들이 고전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을 제시했다. 친절한 길잡이를 따라 재미있게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관점에서 깊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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