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신윤복의 풍속도첩 월하정인(月下情人)처럼 달빛은 쓰개치마를 머리에 쓴 밀회의 아리따운 여인을 감싸주고 있으니 우리의 정서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빗자루를 탄 마녀들이 보름달을 등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둥근 달 속의 실루엣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한 장면도 바로 그런 이미지에서 나온 것이다.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남원 광한루. 광한루원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가에 월궁을 상징하는 광한루와 지상의 낙원인 삼신산이 함께 어울려 있는 아득한 우주관을 표현하고 있다. 광한루의 호수는 곧 하늘의 은하수가 된다. 직녀가 베를 짤 때, 베틀을 고이는 데 썼다고 하는 지기석을 호수 속에 넣고, 견우가 은하수를 건너 직녀를 만날 때 사용한 배를 상한사라 이름하여 호수에 띄워놓았는데, 바로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전설을 형상화한 것이다.
광한루 앞쪽 기둥 위에는 토끼를 업은 거북이 장식되어 있으며, 광한루 앞편에는 큰 돌 거북 한 마리가 못으로 뛰어 들어 가려는 듯한 자세를 볼 수 있으니 용궁세계를 향한 염원을 머금고 있다. 창덕궁 대조전(보물) 굴뚝의 토끼도 마찬가지다. 전설에 의하면 월세계에는 남녀 각 1인, 작은 새 한 마리, 흰 토끼 한 필이 같이 산다고 한다. 도교에서는 이 흰 토끼를 옥토끼(태음, 즉 달의 상징)라 부르는데, 신선이 만드는 선단(仙丹)에 필요한 신약(神藥)을 빻고 있다.달이 선계를 상징하게 된 것은 ‘항아분월설화’와 관련된다.
주인공 항아가 그의 남편 ‘예’가 하늘에 10개의 태양이 뜨는 환란을 평정한 공로로 천재로부터 받은 불사약을 훔쳐 먹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달로 도망가서 두꺼비가 되었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이다. 쏟아지는 달빛에 어우러져 풀벌레 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정겨웁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조심스레 달님께 다가가 내 얼굴을 살며시 비춰 본다. 그 후 여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대조전 굴뚝의 토끼 문양이 침전 뒤뜰을 선계로 만들고 있다.
판소리 '춘향가' 원본으로, 한국 고전 소설 '춘향전'의 배경이자 천년고도 남원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 '남원 광한루'가 국보로 승격됐다. 남원시 요천로(천거동) 일원에 위치해 있는 조선 중기의 목조 누각 광한루는 이로써 1963년 보물(281호)로 지정된 이후 63년 만에 국보로 승격됐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목조 건축의 특징인 화려한 장식과 함께 익루의 온돌, 월랑의 계단 등 실용적 요소가 결합된 목조건축유산으로 건축사적 가치와 함께, 앞서 명승으로 지정된 광한루원의 정원 유적과 어우러져 빼어난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 속의 선녀가 사는 월궁'의 이름인 광한전(廣寒殿)의 광한청허루(廣寒淸虛樓)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지며, 용과 거북이 등이 화려하게 조각돼 있다.
조선 세종 때 황희 정승이 남원에 세운 최초의 건물 이름은 광통루(廣通樓)였다. 이후 1444년 전라도관찰사 정인지가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여, "달나라의 궁전인 광한청허부와 같다"고 극찬하면서 광한루(廣寒樓)라는 이름으로 고쳐 부르게 됐다.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는 전설 속 '달나라에 있는 옥황상제의 궁전'을 뜻한다. 현재도 남원 광한루원의 정문 이름은 '청허부(淸虛府)'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는 이 문을 통과하면 지상이 아닌 '달나라 궁궐(신선의 세계)'로 들어섬을 뜻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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