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JTV 전주방송 한명규 부회장이 첫 시집 『사람의 무게는 향으로 잰다』(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
지은이는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발을 딛고 살아온 시인이다. 변방의 시선으로 중심을 꿰뚫고, 날카로운 사회적 직관과 따스한 서정성을 동시에 지닌 작가이다. 오랜 시간 침묵 속에 길어 올린 시편들을 모아 이번 첫 시집 《껍질을 벗기다》를 세상에 선보인다.
신문기자로 출발, 행정과 기업, 방송을 두루 거쳐온 지은이가 삶의 후반에서 길어 올린 사유와 성찰을 한 권의 시집에 담았다. 무엇보다도 지은이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함께 수록해 '읽는 시집'이자 '보는 시집'으로 완성했다.
시집은 「껍질을 벗기다」, 「잠시 왔다 가는 것들」, 「발 딛고 선 자리에서」, 「다시 쓰는 나」 등 4부로 구성됐으며, 시 95편과 노래 가사 2편을 담았다.
'껍질을 벗겨내고 나서야 비로소 내 몸의 진짜 무게를 잰다. 명함도 의자도 내려놓은 자리, 그곳에 날것의 내가 서 있다.(제1부 '껍질'중에서)'
이번 시집은 시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복기하며, 인간을 억누르는 세속적인 욕망과 명예라는 ‘껍질’을 과감히 벗겨내고 순수한 본질과 마주하려는 치열한 정신의 기록이다.
일상의 미시적인 관찰에서부터 고향의 역사적·지리적 정서, 나아가 지구별과 우주를 아우르는 거시적 사유로의 확장을 보여준다.
제1부 '껍질을 벗기다'는 세속의 허상을 직시하는 날카로운 시선시인은 ‘의자’, ‘명함’, ‘돈’, ‘욕망’ 등 현대인이 집착하는 세속적 가치들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이 껍질들을 벗겨냈을 때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원초적 무게와 삶의 참된 의미를 탐구하며, ‘나의 길 공의 길’을 통해 비움의 미학을 제시한다.
제2부 '잠시 왔다 가는 것들'은 유년의 정서와 유한한 시간에 대한 애틋함‘정미소’, ‘막걸리’, ‘10원 동전’ 등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시편들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복원한다. 또한 ‘마감 시간’, ‘죽은 자의 시간은 늦게 간다’를 통해 유한한 인간의 운명과 가 버린 청춘에 대한 깊은 사유를 애잔하게 그려낸다.
제3부 '발딛고 선 자리에서'는 변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와 국토 기행스스로를 ‘변방인’이라 칭하는 시인은 ‘콩나물국밥’의 따스한 로컬 정서부터 ‘평양’, ‘페테르부르크’, ‘버클리 빌리지’, ‘라오스’ 등 세계 곳곳을 유람하며 얻은 영감을 시로 치환한다. 특히 ‘금강산’, ‘백두산’, ‘제주 앞바다’로 이어지는 시편들은 국토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민족적 사유를 담고 있다.
제4부 '다시 쓰는 나'는 우주적 존재로서의 자아 성찰과 삶에 대한 감사시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4부는 거대한 도약이다. ‘지구별’, ‘어느 휴먼로봇’ 등을 통해 문명과 자연의 공존을 고찰하는 한편, ‘살아 있음에’, ‘부활’을 노래한다. 마지막 시 ‘내 삶은 공짜였다’에 이르러 시인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겸손을 표하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한명규의 시에는 깨달음과 초월의 미학이 있다. 그가 생의 가치와 아름다움의 근본에 대해 한 마디씩 던지는 혜안에는 놀라운 매력이 담겨있다. 그의 시는 삶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내듯 절제된 언어로 사람과 시간, 자연의 본질을 응시한다. 거창한 수사보다 일상의 작은 풍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또 작곡가 김정호와 함께 만든 「잊으셨나요」, 「회상」 두 곡은 QR코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집으로 꾸몄다.
허연 시인(매경출판 대표)은 발문에서 "한명규의 시에는 깨달음과 초월의 미학이 있다"며 "생의 가치와 아름다움의 근본을 향한 혜안 속에 놀라운 해학이 녹아 있으며,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아포리즘으로 가득한 시집"이라고 했다.
지은이는 머리글에서 "시는 늦게 온 손님 같다"고 적었다. 오래전부터 문밖에 서 있었지만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미뤄왔던 시를 삶의 후반에 비로소 맞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는 "시를 쓰는 일은 젊은 날의 꿈을 다시 만나는 일이자, 살아온 시간을 어루만지고 미처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움을 조용히 건네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전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UC버클리대학교 방문학자를 지냈다.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하며 언론 현장을 누볐고 세계한상대회 창립을 이끌었다. 이후 전북 정무부지사로 지역경제와 새만금 사업을 담당했으며, 라오스 코라오그룹 부회장으로 7년간 재직했다. 귀국 후 JTV 전주방송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칼럼집『광속시대의 논리』, 산문집 『비밀의 라오스』를 펴낸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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