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 와카리마셍

채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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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좋아서 눈물 흘리시고, 안타까워 눈물 훔치시는, 풀꽃 향 나는 여리신 님. 기억의 안개가 짙어져 가도, 범접할 수 없는 꼿꼿한 강단으로 든든한 버팀목 되어 주시는 님. 이 세상 그 어떤 꽃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구순이 넘으신 엄마는, 작년까지만 해도 귀도 잘 들리시고 셈도 곧잘 하셨지만, 요즘 들어 부쩍 기억이 안 난다며 모든 것을 ‘와카리마셍’으로 일관하신다. 일제강점기에 소학교를 다니셔서 묵은 기억의 일본 말이 더 빨리 떠오르는 것 같다. 얼마 전, 장성한 자식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화기애애 밥상’을 물리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엄마, 내 이름이 뭐야” “방금 뭐 드셨어요?” 물었다, 다행히도 자식 이름은 모두 기억하고 계셨지만, 방금 드신 음식에 대해선 "배는 부른데, 여기에서 딱 막힌다."라며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으셨다. 안타까움을 떨쳐 버리려는 듯, 남동생이 “다 같이 박수”, “짝짝 짝짝~~” 손바닥이 벌게지도록 한동안 이어졌다. ‘맛있게 맵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박수 속 진실은 머릿속 지우개가 고장 난 벽시계처럼 멈춰있기를 모두 기도했으리라.

다음날, 평소에 "고급 지고 맛나다" 하시던 ‘잣죽’을 끓여 엄마 집에 들렀다. 재가복지센터에서 아직 귀가하지 않으셨다. 내친김에, 칙칙한 귀퉁이를 물고 있던 노후화된 식탁 및 잡동사니들을 과감하게 치워 버렸다. “우리  딸, 또  왔네,” 하시며, “방이 왜 이렇게 훤하고 널찍해졌냐, 몰라보게 개량되었다. 애썼다. “ 하신다. 와우! <개량>, 변함없이 찰진 언어까지 구사하는 ‘햇살 비타민’ 같은 분’이시다. 그런 감흥도 잠시, “깜깜해지기 전에 어서 가라. 차 조심해서 몰아라. 돈 아끼지 말고 뭐라도 꼭꼭 챙겨 먹어라. 나는 살 만큼 살았다, 내 걱정 말고 네가 잘 먹어야 한다”라고 카랑카랑하게 ‘술술’ 말씀하셨다. 겨울나무같이 말라 버린 몸, 어디서 그런 힘이 나시는지! 엄마의 심장과도 같은 자식에 대한 ‘고봉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다.

성화에 못 이겨 터벅터벅 집으로 왔다. 잘 도착했다는 안심통화를 하려고 보니, 앗! 이런 실수를, 현관문은 열려 있는데, 내 핸드폰과 함께 엄마가 안 보이셨다. 연세가 많다 보니 어디서 길을 잃고 헤매지나 않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길 건너, ‘엄마 보행기’에 우두커니 앉아 큰길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시는 엄마를 발견했다. 쏜살같이 달려가 힘껏 껴안았다.

“언제부터 나와 있었어?” 하니까, “맨날, 손에서 놓지 않는 핸드폰을 놓고 가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갖고 가라고 나와 있었다.”라고 하신다. 눈물이 핑 돌았다.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무작정 나가면 안 돼. 약속" 손바닥 복사까지 했다. 아무리 나이가 드시고 정신이 희미해져 가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전부를 기꺼이 내어주시는 ‘가없는 모성’을, 나는 얼마나 헤아리며 살았을까!

“바람이 불어야 꽃도 향기를 내뿜는 단다. 정 힘들면 잠시 쉬어도 돼” 하며 토닥여 주시던 ’ 엄마의 손길'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법의 처방전입니다. ‘우쭐 우주’입니다. 지금도 ‘엄마’ 하고 달려갈 수 있는 축복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아직 남아있는 엄마의 봄날을 기도합니다. 불러도 불러도 더 부르고 싶은 소중한 이름. 엄마! 엄마! 엄마!





채백령 수필가는



문학광장 수필부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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