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탁을 향한 새로운 도전, K-장립종

국립식량과학원 경지이용작물과 농업연구관 신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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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우리나라에서 쌀은 오랫동안 국민의 주식이자 식량안보의 상징이었다.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국가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에게 충분한 쌀을 생산해 공급하는 일이었다. 당시 농업정책의 중심도 논을 넓히고 생산성을 높여 식량 자급의 기반을 다지는 데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쌀 산업의 과제는 생산 확대를 넘어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데 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15년 62.9kg에서 2025년 53.9kg으로 줄었고, 벼 재배면적도 79만 9천ha에서 67만 8천ha로 감소했다. 반면 식품 가공업체의 가공용 쌀 사용량은 57만 5천 톤에서 106만 5천 톤으로 약 85% 늘었다. 밥쌀 소비는 줄고, 가공식품 원료로서의 쌀 수요는 커지는 구조 변화가 뚜렷해진 것이다.

우리 쌀 산업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를 넘어 ‘어떤 제품으로, 어느 시장을 향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쌀을 밥상 위의 주식으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가공식품, 간편식, 수출 식품의 핵심 원료로 바라보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더해 K-푸드의 세계화는 우리 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쌀 수출량은 2022년 4천 톤에서 2025년 4만 1천 톤으로 3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라면, 김치, 만두, 떡볶이뿐 아니라 즉석밥, 냉동볶음밥, 가정간편식(HMR) 등 쌀 기반 식품도 해외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K-푸드 완제품뿐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원료곡까지 세계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그 중심에 장립종 쌀이 있다. 길고 가는 형태의 인디카 장립종은 세계 인구의 다수가 소비하는 쌀로, 국제 쌀 무역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볶음밥과 쌀국수, 즉석식품, 냉동 간편식 등 글로벌 식품산업에서도 이미 익숙한 원료곡이다.

국산 장립종이 안정적으로 생산·공급된다면 K-푸드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우리 쌀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장립종은 단순한 품종이 아니라 한국 쌀이 글로벌 식품 공급망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값싼 장립종과의 가격 경쟁이 아니다. 세계 시장에는 이미 대규모 저가 장립종이 공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점은 안전성, 품질, 생산이력 관리, 그리고 축적된 가공기술이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바탕으로 장립종을 ‘싸게 많이 파는 쌀’이 아니라 ‘믿고 찾는 고급 원료곡’으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 이는 쌀 수출을 단순 물량 확대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과 대학, 산업체가 함께 추진하는 「장립종 벼 기반 쌀 산업 혁신 프로젝트」는 이러한 방향을 뒷받침하는 시도다. 품종 개발, 재배기술 확립, 종자 보급, 가공기술 개발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산업화 모델을 구축하고, 혈당 관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장립종 품종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과 고부가가치 가공제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쌀 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국내 밥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비 방식은 달라지고, 세계 식품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 쌀도 세계인이 먹는 식품의 원료로서 새로운 쓰임을 찾아야 한다. 장립종은 그 전환을 이끌 전략 품목이자, K-푸드 시대에 우리 쌀 산업이 세계 식탁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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