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요사이 진안 역사 관련 문헌을 뒤적인다.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고 이런 기록도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는다. 여전히 진안에 관해 살펴볼 내용이 많구나 하는 부족함도 느꼈다. 특히 요즘 진안문화원에서 발굴하는 『진안문화』 책자에 다양한 진안을 주제로 한 글을 보면서 진안 역사와 문화에 관해서 충전 중이다.
역사란 끊임없이 재해석 된다. 에드워드 카(E,H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역사란 고정된 시간에서 바라만 보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물론 사실 자체가 오류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를 바로 잡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역사 탐구가 될 것이다.
진안읍 내에는 풍광이 좋은 자리에 자리 잡은 우화정이 있다. 이곳을 우화산이라 부른다. 우화산은 풍수상 진안현 안산(案山)이라 일컫는 곳이다. 안산은 고을과 마주하는 산이다. 이곳에는 바위에 새겨진 각자와 진안현의 수령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그리고 진안천이 흐르는데 우화정 아래에 칼바위가 있어 읍내 사람들의 추억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우화정은 500여 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조선 초기 대표적인 인문지리서이다. 그래서 500여 년 고을 모습을 살필 수 있는 기본 책자이다. 그런데 『신증동국여지승람』 국역본을 제작할 때 『동국문헌비고』(조선 후기 영조 때 간행) 내용을 『신증동국여지승람』 뒷면에 『비고』라 하여 덧붙이는 바람에 이를 『신증동국여지승람』 내용으로 오해하게 되었다. 즉 『신증동국여지승람』이 1530년에 편찬되었기 때문에 우화정을 500년 이상 된 정자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실제 우화정에 대한 기록은 『여지도서』 진안현에 등장한다. 『여지도서』는 1757~1765년 영조 대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성책(成冊)한 전국 읍지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하는 하추정은 없어지고 성심정과 우화정이 현의 남쪽 백 보쯤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우화정은 500년이 되지 않았어도 250년 이상 된 정자이다. 이후 『진안현읍지』, 『진안지』 등 누정 조에 우화정은 등장한다. 이렇게 사소한 착오로 역사적 사실이 잘못 기록될 수 있는 것이다. 1872년 지방 지도에 우화정이 보이지 않는데 이후 1921년 지역 유지들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중창하였고 1959년 다시 중수하였으며 1998년에 진안군에서 다시 중수하여 변천되었다.
마이산은 진안의 상징이다. 마이산은 시대와 계절별로 다양한 명칭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마이산이라고 부른다. 즉 시대적으로 삼국시대 서다산, 고려시대 용출산, 조선시대 속금산 또는 마이산 등으로 불렸다. 그리고 계절별로는 돛대봉, 용각봉, 마이봉, 문필봉 등으로 불린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마이산에 관한 기록은 이렇다. “현의 남쪽 7리에 돌산 하나가 있는데 봉우리 두 개가 높이 솟아 있으므로 용출산이라 이름하였다. (중략...) 신라 시대에는 서다산이라 불렸는데 소사(小祀)에 올렸다. 본조 태종이 남행(南行)하여 산 아래에 이르러 관원을 보내어 제사를 지내고, 그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고 하여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내려주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마이산의 명칭은 조선 태종 때 붙여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조선 태종이라는 왕이 명명하여 파급력과 공신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산 이란 명칭은 고려 말기부터 부른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사』 진안현에 마이산 명칭이 기록되어 있다. 즉 “마이산이 있다 (신라 시대에서는 서다산이라 했는데 소사에 실었다)”라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고려사』가 조선 전기에 기록된 사서이기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명칭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사』는 철저하게 원 사료를 충실하게 재구성한, 즉 원전 자료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편찬되었다는 점에는 여러 연구자가 동의하고 있다. 이를 들어 고려 말기를 반영한 기록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마이산 명칭은 이미 고려말부터 불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새로운 사료가 발굴되면, 역사와 문화를 다시 보게 되고 새롭게 다가온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어떤 무엇보다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상훈(진안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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