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융프라우 산악열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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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30여년 전 유럽 배낭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스위스 융프라우를 찾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해발 4,158m의 융프라우는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명산이다. 그러나 나를 감탄하게 만든 것은 눈부신 설산의 풍경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감동은 그 험준한 산을 오르는 산악열차에 담긴 사람들의 상상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었다.



그린델발트에서 출발한 산악열차는 가파른 경사를 톱니바퀴를 이용해 천천히 올라갔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푸른 초원과 목초지가 어느새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만년설의 세계로 바뀌어 갔다. 승객들은 연신 탄성을 질렀고, 나 역시 눈앞의 장관에 넋을 잃었다.



하지만 감동은 풍경에서 끝나지 않았다. 열차가 산을 오를수록 내 머릿속에는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오늘날의 첨단 장비와 기술로도 쉽지 않은 공사인데, 100년도 훨씬 전인 19세기 말에 알프스의 거대한 암벽을 뚫고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더구나 당시 우리나라는 철도라는 문명 자체가 낯설던 시절이었다. 누군가는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단순히 아름답다고 감탄했겠지만, 누군가는 그곳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융프라우 철도는 1896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912년에 완공되었다. 무려 16년에 걸친 대역사였다. 수많은 사람들은 무모한 계획이라고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산악철도를 만들어냈고,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생각해 보면 융프라우의 진정한 기적은 철도 자체가 아니다. 기적은 눈앞의 현실이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먼저 본 사람들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당장의 비용과 어려움보다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관광자원의 가치를 내다보았다. 그리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였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철로를 복선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선 운영을 선택했다. 관광객이 버리는 쓰레기가 산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처리시설도 갖추었다. 오늘날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환경보호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그들은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선진국을 이야기할 때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성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보다 다음 세대가 누릴 가치를 생각하는 자세,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고민하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의지가 선진사회를 만드는 힘일 것이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눈앞의 결과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융프라우 철도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위대한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 미래를 향한 비전과 꾸준한 투자,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인내가 있어야 비로소 한 세기를 넘어서는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K-팝과 K-드라마, 첨단기술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성공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성과에 안주한다면 언젠가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50년, 100년 뒤에도 세계인이 찾고 배우고 감탄할 만한 새로운 가치를 준비하는 일이다.



융프라우의 산악열차는 단순한 관광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대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작품은 100년이 지난 오늘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융프라우 정상에서 내려다본 만년설의 풍경은 세월이 지나며 조금씩 흐려졌지만, 그 산을 오르던 열차 안에서 깨달았던 한 가지 교훈만은 지금도 선명하다.



미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한 가능성을 먼저 보고 준비한 사람의 것이다. 융프라우의 기적은 바로 그 사실을 우리에게 조용히 가르쳐 주고 있다. /한준호 프리랜서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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