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경의 눈으로 그림 같은 세상을 꿈꾸다

전북수채화협회 22회정기회원전, 전북특별자치도예술회관서 자연과 일상을 담은 수작 한자리에 선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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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전북 지역 수채화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회가 열린다. 전북수채화협회는 24일부터 30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 ‘제22회 전북수채화협회전’을 갖는다.

59명의 작가들이 투명한 물빛 컬러와 담백한 붓질로 한층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거칠고 예리한 붓에 수채화 안료를 묻힌다. 붓으로 종이를 툭툭 칠 때마다 표면에는 상처가 나고, 그 틈으로 색이 깊숙이 스며든다. 곧이어 종이가 마르면서 틈새가 닫히면 밀도 높은 빛깔이 번진다. 이렇게 하나하나 그려 넣은 수많은 들꽃과 풀들이 캔버스 가득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화면 곳곳을 수놓은 흑과 백의 덩어리들도 무게감과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번 정기전은 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수채화 미술인들의 열정과 예술적 성과를 도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많은 작품들은 자연의 미학을 각기 다른 시선과 기법으로 해석한 수작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화면은 흐르는 계곡물, 투명하게 비치는 물속의 둥근 돌들, 그리고 물가에 무성하게 자라난 수풀과 갈대를 근경(가까운 풍경) 중심으로 포착했다.

또, 맑은 물과 돌, 중단의 거친 바위와 수풀, 상단의 부드러운 갈대와 어두운 배경이 차례로 쌓이며 감상자에게 시각적 안정감과 깊이감을 준다.

더런 맑은 청색조(계곡물)와 중·상단의 녹색, 황금색(수풀 및 갈대)이 대비를 이루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때론, 수풀 윗부분에 맺힌 밝은 황금빛은 역광이나 강한 햇살이 비치는 순간을 포착한 듯하며, 이 빛 덕분에 화면 전체에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때론, 바위의 질감이나 물속 돌멩이의 형태는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반면, 물가 주변과 배경은 수채화 특유의 부드러운 번짐 효과(Wet-on-wet)를 활용, 몽환적이고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뻗어 나온 풀잎과 갈대의 정교한 붓질은 작가의 높은 기술적 숙련도를 보여준다.

시나브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고요하고 평온한 휴식을 제안한다.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소리가 들리는 듯한 시각적 위로를 선사한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깊이를 깊은 푸른빛의 번짐으로 표현한 김분임 작가의 ‘숲의 서사’는 수채화 특유의 투명한 감성을 극대화해 몽환적인 숲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화면을 압도하는 깊고 푸른 파란색과 하늘색의 그라데이션이 인상적이다. 수채화 특유의 번지기와 물맛을 살려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듯한 색의 흐름은 마치 울창한 숲에 빛이 스며드는 순간이나 신비로운 오로라를 연상시킨다. 화면 하단엔 하얗게 눈이 쌓인 듯한 대지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그 위로 얇고 날카로운 선으로 겨울나무의 외독한 가지들이 빼곡히 솟아 있다. 이 정교한 나무들의 실루엣이 작품에 깊은 서사(이야기)와 고요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푸른 배경 중앙부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밝은 빛의 표현이 겨울 숲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하고 성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최인수 작가의 '전주풍경(경기전)'은 경기전 경내의 울창한 고목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전통 건축물의 붉은 단청 대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맑고 투명한 수채화 특유의 번지기와 섬세한 붓 터치로 싱그러운 여름날의 나무 그림자와 빛의 느낌을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했다. 화면 왼쪽, 길게 뻗은 나무 옆으로 두 명의 인물이 걸어가고 있다. 한 명은 푸른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으며, 경기전의 한적한 숲길을 여유롭게 거니는 참배객이나 관광객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나무들 사이 저 멀리 뒤쪽 잔디밭 부근에도 작게 표현된 인물이 있어 공간의 원근감을 더해준다. 붉은색 건물의 왼쪽 입구 근처에 두세 명의 사람들이 모여 서 있다. 경기전의 역사적 건물을 관람하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화면 가장 오른쪽, 거대한 아름드리나무 아래 그늘에 두 명의 인물이 앉아 있다. 한 명은 흰색 옷을 입고 있으며, 웅장한 고목이 만들어준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정취를 즐기는 모습이다.

김순복 작가의 ‘햇살이 머무는 자리엔’은 맑게 흐르는 계곡물과 바위, 수풀의 싱그러움을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터치로 담아내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제목 그대로 편안한 휴식과 일상의 여유를 전한다.

최향숙, 한상정, 황현미 작가의 인물화도 눈길을 끈다.

최향숙 작가의 '작은 아버지'는 중절모(페도라)와 안경을 착용하고 정장을 단정하게 입으신 어르신의 모습을 그렸다. 인자하고 온화한 눈빛과 입가에 머금은 은은한 미소에서 가족을 향한 따뜻한 성품이 그대로 묻어난다.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와 대비되도록 배경은 붉은빛과 보랏빛이 감도는 색감을 과감한 붓 터치와 번지기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 화려한 배경 덕분에 어두운 톤의 의상을 입은 인물이 한층 더 돋보이며 현대적인 세련미를 준다.

얼굴에 비치는 은은한 빛과 주름, 안경테의 하이라이트까지 수채화 고유의 맑은 느낌을 살려 정교하게 묘사했다. 인물의 삶과 세월의 깊이가 깊이 있게 담겨 있다.

한상정의 '나를 마주하다'는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에서 제목처럼 자신을 담담하고도 깊이 있게 성찰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얼굴에 드리운 섬세한 빛과 어두운 음영 처리가 인물의 진중한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배경을 강렬한 붉은색, 보라색, 그리고 푸른색 빛깔의 번지기 기법으로 처리했다.

이는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이나 예술적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시원하게 뿜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려하고 몽환적인 배경 및 피부 톤과 대비되도록, 인물의 머리카락과 의상은 어두운 톤으로 묵직하게 잡아주어 화면 전체의 균형감을 훌륭하게 유지하고 있다.

황현미 작가의 '자화상'은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 단정한 단발머리에 잔잔한 미소를 지은 작가의 얼굴이 무척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피부의 입체감과 눈매, 입꼬리의 미세한 근육까지 수채화의 맑은 터치로 정성스럽게 묘사했다. 이 작품은 왼쪽 배경을 싱그러운 연두색과 초록색의 나뭇잎 형태로 처리했다. 덕분에 인물이 마치 푸른 정원이나 숲속에 있는 듯한 청량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짜임새 있는 의상 표현: 인물이 입고 있는 보라색 계열의 의상은 조밀한 문양과 질감이 돋보이도록 섬세하게 터치하여, 단순할 수 있는 인물화에 시각적인 재미와 완성도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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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수 회장은 “수채화가 가진 맑고 담백한 정서가 무더운 여름철 도민들의 지친 일상에 시원한 청량제와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수채화 미술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진하겠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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