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창]문화유산은 4년 행정이 아니라 40년 정책이다

전북은 국가 지원보다 먼저 장기 문화유산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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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전북에서는 이른바 ‘4중 소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과제이며, 전북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 지원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전북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고 국가를 설득할 전략을 갖추고 있는지도 냉정하게 돌아볼 시점이다.



문화유산 분야도 다르지 않다. 국가유산 정책은 이제 단순한 지정과 보수에서 벗어나 역사문화권 정비, 지역 활성화, 교육과 관광, 문화산업을 아우르는 국가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전북도 국가정책이 발표된 뒤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 전략을 먼저 준비하고 국가사업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북의 문제는 문화유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성과는 꾸준히 축적되었지만 이를 하나의 미래전략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부족했다. 마한·백제·가야·후백제·조선왕조·동학농민혁명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도 드물게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사와 발굴, 국가유산 지정과 보존정비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를 전북 전체의 장기 전략으로 발전시키는 광역적 정책체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최근의 성과는 오히려 전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주시는 종광대 일원의 공유재산 매입을 통해 후백제 왕도의 실체를 보존하고 미래 연구와 정비의 기반을 마련했다. 익산시는 20년이 넘는 조사와 연구, 보존과 활용을 일관되게 추진해 백제왕도 특별법 제정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장수군은 지속적인 가야 연구를 통해 전북 동부 고대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고창군은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마한 역사문화권 정비사업을 확보했다. 군산시도 초기 마한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조사와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남원 역시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최근 남원성 보존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제는 가야와 백제, 조선시대 문화권까지 아우르는 역사 도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할 시점이다.

다른 시군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지정 이후 유산의 성격과 규모를 더욱 명확히 밝히는 연구, 주변 유산과의 연계, 역사경관 회복과 교육·활용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기초자치단체의 재정과 인력이 넉넉하지 않은 현실은 이해된다. 그러나 지역의 역사적 실체를 밝히고 주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일은 대규모 시설보다 꾸준한 조사와 연구, 기록과 기본계획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문화유산은 수리공사를 많이 하는 정책이 아니다. 문화유산은 지역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며 미래 세대가 더 깊이 연구하고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이어주는 사회적 자산이다. 따라서 보존은 규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활용을 위한 기반이며, 활용은 다시 보존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문화유산 정책은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역의 역사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조사와 연구, 토지 확보와 역사경관 회복은 한 번의 임기로 완성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전북도는 시군 사업을 단순히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마한·백제·가야·후백제 등 지역의 성과를 하나의 광역전략으로 연결하고 국가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지휘소가 되어야 한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함께 만드는 20년 문화유산 미래전략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문화유산은 과거를 지키는 정책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이다. 우리 세대가 모든 것을 완성할 수는 없지만, 다음 세대가 더 깊이 연구하고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남기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전북이 국가 지원을 요구하는 지역을 넘어 국가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준비된 지역으로 나아갈 때, 문화유산은 전북의 정체성과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문화유산은 4년 행정이 아니라 40년 정책이기 때문이다. /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장 노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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