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해 9월 '2025 한반도국제포럼' 기조강연에서 극찬했던 'K-민주주의'의 역사적 연원이 우리 고유의 토착 사상인 ‘동학(東學)’에 있음을 한·일 양국의 석학들이 전북에서 학술적으로 명쾌하게 논증해 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원광대학교는 지난 16일 한·일 양국의 토착 사상 및 사회학 분야 권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토착사상에 근거하여 민주주의를 철학한다'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 전 과정이 일본어로 진행되어 독창적이고 심도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행사는 내년에 치러질 메머드급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학문적 디딤돌을 놓기 위한 사전 세미나 성격으로 기획됐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측에서 박맹수 전 원광대 총장을 비롯해 조성환 원광대 철학과 교수, 김현주 원광대 철학과 교수, 유지아 원광대 한중관계원 교수가 나섰으며, 일본 측에서는 기타지마 기신 욧카이치대학 명예교수(불교 및 아프리카문학 전공), 테라바야시 오사무 전 오타니대학 교수(사회학 전공), 오하시 켄지 토착적근대연구회 간사, 야규 마코토 원광대 기후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등 양국을 대표하는 석학 8인이 참가해 팽팽한 학술적 토론을 벌였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박맹수 전 원광대 총장은 ‘다시 동학을 찾아 민주주의를 묻는다’라는 주제 아래 K-민주주의의 역사적 발견 과정을 엄밀히 짚어냈다.
박 전 총장은 “민주주의가 서구의 전유물이 아니며, 한국에도 서구 못지않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상이 이미 동학에서 꽃피어났다는 사실에 가장 먼저 주목한 지도자는 바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서구 사상가들의 문화 우월주의적 시각에 맞서 1994년 영문 기고를 통해 동학을 한국 민주주의의 모태로 천명했고, 1998년 10월 8일 일본 국빈 방문 당시 국회 연설을 통해 이를 세계 만방에 알렸다. 박 전 총장은 “정치 지도자였던 김 전 대통령의 선구적 혜안 이후, 21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내 학계와 현장 학자들도 한국발 민주주의, 즉 ‘K-민주주의’의 학술적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양국 학자들은 1860년 창도된 동학과 1894년 전개된 동학농민혁명 문헌 속에서 K-민주주의의 구체적인 5대 특징을 체계적으로 도출해 냈다.
K-민주주의의 첫 정점은 봉건적 신분제와 남녀 차별을 단숨에 혁파한 ‘만민평등주의’다.
이어 무력이나 유혈 사태를 지양하고 무조건적인 승리보다 도덕적 정당성을 앞세운 ‘비폭력평화주의’가 주목받았다.
국가적 위기 상황마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민중 스스로 역사의 전면에 나섰던 ‘직접행동주의’ 역시 주요 특징으로 꼽혔다.
마지막으로 굶주리는 자를 먹이고 병든 자에게 약을 주며 곤궁한 이웃을 구제하라는 동학의 ‘12개 기율(유무상자)’ 정신은 상생과 복지를 지향하는 ‘평균주의’로 요약됐다. 양국 석학들은 있는 이와 없는 이가 서로 돕는 이 경제적 균등 의식이야말로 격차와 양극화를 극복하려는 현대 K-민주주의의 공동체적 복지 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학술대회 종합토론에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양국 학자들은 이번 대회의 학문적 성과를 대폭 확대·보완하여 한국과 일본을 매년 번역 교차 방문하는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깊이 있는 연구 성과들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일본어로 발표된 논문 전체를 한글로 번역하여 오는 9월 말까지 원고를 취합, 연내 단행본으로 긴급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박맹수전원광대총장은 “동학의 발상지인 전북에서 한·일 양국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K-민주주의의 뿌리를 철학적으로 규명한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이번 단행본 출간과 향후 정례 학술대회를 통해 동학발 K-민주주의가 세계적인 보편 문명 사상으로 자리 잡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서울=정종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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