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김남곤 시인이 시집 '노을역에서 부친 엽신(신아출판사)'을 펴냈다. 구순을 바라보는(89세) 시인이 살아온 삶의 가치와 회한을 담아낸 작품 84편이 수록되어 있다.
'노을역에/ 막 도착했습니다// 대합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처음 온 곳인데도/ 영 낯설지가 않습니다// 어디로 가고 오는 사람들인지/ 제 갈 길 따라 묵묵히 떠나갑니다// 뒷모습들이/ 쓸쓸하고 서운합니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나도 숙소를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시 ‘노을역에서 부친 엽신’ 전문)'
대표 시 '노을역에서'는 '노을역에 막 도착했습니다. 대합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습니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며, 삶의 황혼기를 덤덤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원로 문인이자 한국 문단의 거목인 김남곤 시인이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여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따뜻하게 위무하는 새 시집이다, 이 시집은 아흔을 바라보는 시인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인생이라는 간이역에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원숙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정직한 고백록이다. 거창한 수사나 말 잔치를 배제한 채, ‘내 안의 또 다른 나와의 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위로를 건넨다.
시집은 84편의 작품을 주제별로 분류해 5부로 나누어 밀도 있게 구성했다. ▲제1부 ‘그대, 직소(直沼)여’ ▲제2부 ‘노을역에서 부친 엽신’ ▲제3부 ‘석정(夕汀)의 거리’ ▲제4부 ‘의자 타령’ ▲제5부 ‘어느 날의 풍경’ 등으로 이어지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인의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시인은 평생을 시와 함께 살면서 우리말을 갈고 닦아 왔다. 맑은 영혼과 따뜻한 정서의 소유자로, 그의 시는 읽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인의 시는 인간의 삶 내면에 숨어있는 애환을 개성적 눈으로 바라보면서, 두꺼운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새로운 진실과 가치를 캐어내고 있다.
궁극적으론 휴머니즘으로 모아지는 그의 시관은 예리하면서도 다정하고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매우 균형 잡힌 시세계를 보여왔다. 화려한 수사학보단 수필처럼 고치고 또 지우는 담백한 과정을 거쳐 시를 자아낸다. 시인은 시를 쓰는 행위 자체를 통해 존재를 깊이 각인하고 타인을 깊이 사랑하는 길을 찾아간다. 삶의 현장이나 낡은 수첩, 묵은 기억 등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사의 본질을 짚어냈다. 인간을 향한 본질적인 연민과 신뢰가 중심을 이룬다.
책의 말미엔 한국문인협회 문단실록에 남기고 싶은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인 '어머니의 손등에 펜촉을 꽂고'가 수록, 시인의 문학적 뿌리와 깊은 사모곡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시인은 "노을역 플랫폼에 발을 디디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가벼워진 마음을 시편에 담았다"면서 "이 시집이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에게 고즈넉한 노을 같은 따스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시인은 완주 출신으로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한 후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예총 회장을 역임했으며 전북일보 문화부장과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전무이사, 사장, 우석대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한 이래 시집 <헛짚어 살다가>, <푸새 한마당>, <새벽길 떠날 때>, <녹두꽃 한 채반>, <시장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 동시집 <선생님이 울어요>, 시선집 <사람은 사람이다>, 산문집 <비단도 찢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 칼럼집 <귀리만한 사람은 귀리>, 편저 <인본주의 사상을 배태한 시-내 안의 가시> 등을 펴냈다.
전북문학상, 한국문예상, 전북문화상(언론), 목정문화상(문학), 진을주문학상, 바다문학상, 중산문학상, 한국문학상, 석정시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전북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고문으로 활동 , 평생을 치열한 문학 정신으로 일구어온 전북 문단의 살아있는 역사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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