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AI는 숙제를 끝냈고, 아이는 방학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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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학교는 오랫동안 비슷한 아이를 칭찬해 왔다. 말 잘 듣는 아이, 정답을 빨리 찾는 아이, 정해진 분량을 끝내는 아이다. 방학숙제를 일찍 마치면 성실한 아이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묘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강조해 온 일을 AI가 더 잘하기 시작한 것이다. AI는 지치지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 정해진 형식에 맞춰 문제를 풀고, 독후감을 쓰고, 그림과 프로그램까지 만든다. 몇 주가 걸리던 방학숙제도 몇 분이면 끝낸다. 숙제는 완성됐는데 아이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책을 읽지 않고 독후감을 제출하고, 풀이 과정을 이해하지 않은 채 정답을 옮겼다면 결과물은 있어도 배움은 없다. 생각은 본래 느리고 불편하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고, 틀린 답을 고치며, 자기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식은 자신의 것이 된다. AI가 이 시간을 대신하면 아이는 답을 얻는 대신 생각할 기회를 잃는다.

그렇다고 AI를 금지하자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 여부보다 순서다. 먼저 읽고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 다음 AI를 만나야 한다. 자기 생각이 있는 아이에게 AI는 시야를 넓혀 주지만, 생각하기 전에 찾으면 생각을 대신해 버린다.

이번 방학에는 문제집 한 권을 더 풀게 하기보다 자기만의 질문 하나를 발견하게 하면 어떨까. 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지, 우리 동네에는 무엇이 불편한지부터 시작해도 좋다. 먼저 관찰하고 생각을 적은 뒤 AI와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왜 그 문제를 골랐고, AI의 답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버렸는지를 설명하는 능력이다.

교사도 완성된 과제만 평가한다면 학생이 아니라 AI의 성능을 채점한다. 처음의 질문과 생각의 변화, 사실을 확인하고 답을 수정한 과정을 살펴야 한다. 학부모도 “숙제했니?”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 답을 왜 믿니?”라고 물어야 한다.

AI 시대에도 기초학습과 근면, 성실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키는 일을 반복하는 근면에서 스스로 정한 질문을 끝까지 탐구하는 근면으로, 모범답안을 옮기는 성실에서 자기 판단을 책임지는 성실로 바뀌어야 한다. 버려야 할 것은 근면이 아니라 목적을 묻지 않는 근면이다.

앞으로의 교육 격차는 AI를 쓰는 아이와 쓰지 않는 아이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자기 생각을 AI에게 맡기는 아이와 자기 생각으로 AI를 이끄는 아이 사이에서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방학숙제는 AI가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궁금해하고, 헤매고, 실패한 뒤 다시 시작하는 일까지 맡겨서는 안 된다. 이번 방학은 숙제를 끝내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질문을 시작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 강윤정(교수·원광대학교 자율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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