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멘헤라'라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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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한 시대를 이해하려면 그 시대가 만들어낸 언어를 들여다보면 된다. '88만원 세대', 'N포세대', '헬조선', '흙수저'에 이어 이제는 '멘헤라'라는 단어가 청년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일본 인터넷 문화에서 시작된 이 말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을 낮춰 부르는 속어였지만, 오늘날 한국에서는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청년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상징하는 문화적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말한다. 더 공부하고, 더 자격증을 따고, 더 경쟁력을 갖추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노력만으로 넘기 어려운 벽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 속에서도 안정된 일자리는 줄어들고, 집값과 생활비는 소득보다 빠르게 오른다. 정규직보다 불안정 노동은 늘어나고, 결혼과 출산은 축복보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된다.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오늘을 버티는 것이 먼저인 세대에게 희망을 말하는 것은 때로 공허한 구호처럼 들린다.

더 큰 문제는 관계의 빈곤이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을 연결했지만 마음까지 이어주지는 못했다. SNS에는 웃음이 넘치지만, 화면 밖에서는 외로움이 깊어진다. 비교는 일상이 되었고, 타인의 성공은 자신의 실패를 확인하는 거울이 되었다. 수백 명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단 한 사람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멘헤라는 단순한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연결은 넘치고 신뢰는 부족한 시대가 만들어낸 사회적 초상이다.



청년들의 불안을 '유리 멘털'이라며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한 세대가 비슷한 불안을 반복해서 호소한다면,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청년의 우울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공동체의 경고음이다. 사회가 그 신호를 외면할수록 불안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정치는 청년을 미래의 주역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는 인색했다. 기업은 효율을 이야기하고, 사회는 경쟁을 미덕으로 포장했지만, 경쟁에서 지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안전망은 충분하지 않았다. 성장의 숫자는 높아졌지만 삶의 만족도는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멘헤라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그 단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면 청년들의 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불안을 줄여야 한다. 청년이 다시 꿈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와 안정된 일자리, 부담 가능한 주거,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한 세대를 구하는 일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청년은 약해진 것이 아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를 가장 먼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멘헤라'라는 유행어를 만든 것은 청년들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희망보다 불안을 먼저 안겨준 우리 사회일지 모른다.



/정금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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