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 이상의 세 가지 덕목은 진선미(眞善美)이다. 진(眞)은 거짓 없는 참됨과 진리로서 지성을 통해 도달하는 인식능력이고, 선(善)은 도덕적인 착함과 올바른 의지로 실천 능력이며, 미(美)는 겉으로 드러나는 심미 능력의 감성이다. 이러한 진선미는 문화 예술 교육 사회생활 분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아름다움은 인간의 생활환경이나 역사적 경험, 문화적 배경, 사회적 가치관에 따라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상대적이고 변할 수도 있다. 신체의 아름다움도 서양은 균형 잡힌 몸매를 중시하였고, 동양은 내면적 미와 조화에 초점이 있었고, 아프리카에서는 자연스러운 강인함을 중시하였다.
예술에서 아름다움은 작품을 통해 진실을 표현하고 선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보여주는 감성을 통해 감동을 준다. 이 가운데 음악의 아름다움은 음악의 보편성, 구체적으로 소리의 보편성은 같다. 소리의 원리나 그 짜임새의 원리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다만 그 소리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 구체적으로 소리에 대한 가치 기준이 다르다. 가치 기준이 다른 이유는 각 나라 사람의 삶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에 관한 생각의 차이, 어떤 요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음악이 만들어지고 수용되었다.
모든 음악은 그 문화적 배경과 맥락이 있다. 즉 동양과 서양은 소리를 인식하는 방법과 가치관이 달랐다. 서양음악은 주로 소리의 높이와 크기에 관심을 두어 높이가 다른 소리의 어울림인 화음과 조성이 발전되었다. 한국음악은 소리의 길이와 음색에 집착해 왔고, 음색이 다른 소리의 어울림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악기 구조를 살펴보아도 서양악기는 한 악기가 하나의 음색을 고수하고 음높이만 다르게 내도록 발달 되어 왔다. 우리나라 전통악기는 한 악기에서 여러 가지 음색을 낼 수 있도록 발달 되어 왔다.
학창 시절에 전통음악은 5음 음계를 사용하고 서양 음계는 7음 음계를 사용한다고 배워 왔다. 전통음악이 5음 음계라는 말은 한 옥타브를 다섯 음계로 나눈다는 것이지, 다섯 음만 사용한다는 말이 아니다. 7음 음계라고 말하는 서양음악이 실제로는 12음을 모두 사용하듯이 5음 음계도 12음을 모두 사용한다. 문제는 12음의 질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것이다. 5음 음계는 7음 음계보다도 구성음이 갖는 질서의 가능성이 넓어지고 주관적 느낌도 더 강하게 나타난다.
오늘날 성악과 판소리를 비교하면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르다. 물론 예술의 장르 자체가 다르다. 성악은 예쁘게 공명한 발성을 추구하지만, 판소리에서 내용을 표현하는 일차적인 방법은 성음이라는 음색을 통해서 의미를 나타낸다. 그래서 한국음악은 자연 그대로의 소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소리보다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더욱이 공연을 하는 주체적인 면에서 판소리에서 관객은 감상자이지만 기를 채워주고 북돋는 보조 공연자이기도 하다. 반면 성악은 공연자와 감상자가 분리되고 관객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음악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은 살아온 지리와 환경, 역사와 문화 등에 의해 형성된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의 다름에서 그 기준이 달라졌다.
음악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있다. 그런데 인간의 소리에는 보편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특수성이 있다. 음악에는 뜻을 전달하려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일차적이고, 듣는 사람의 느낌은 이차적이다. 음악은 말과 같이 어떤 약속을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에는 법칙이 없다. 다만 어떤 음악이 사회성과 공감의 대상이 될 때, 즉 감상의 대상이 될 때 느낌의 공통분모가 된다.
음악은 인간의 행위로부터 비롯되며, 삶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의 한 모습이다. 한국음악은 오랜 역사에 걸쳐 축적된 전통음악과 20세기에 유입된 서양음악이 공존한다. 전통음악이 열등하거나 서양음악이 우월한 것은 아니다. 어떤 문화를 다른 사회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양성을 이해하는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정태(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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