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발걸음]1987년 헌법으로 2026년을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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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대한민국은 39년째 같은 헌법을 입고 있다. 1987년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되찾고 민주주의의 문을 활짝 연 소중한 헌법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방자치가 부활했고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으며, 저출생·고령화와 기후위기, 지방소멸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몸은 크게 변했는데 옷은 그대로이니 곳곳이 조이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7일, 18년 만에 다시 국경일로 되찾은 제헌절 경축식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기념사에서 “G20 국가와 인구 1,100만 명 이상 OECD 25개 국가 중 단원제 국가는 튀르키예와 대한민국뿐”이라며 양원제 도입을 제안했다. 또한 2028년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촉구했다. 헌법 제정을 기념하는 국가적 자리에서 나온 무게 있는 제안이다.



우리도 인구 비례로 구성되는 하원 국회와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 국회를 두는 양원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인구가 늘어날수록 국회 역시 수도권 중심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지역대표형 상원은 각 지역의 목소리를 국가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최근 국회의 파행은 양원제 논의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를 보여준다. 21대와 22대 국회를 거치며 법제사법위원회는 사실상 ‘상원’으로 불려왔다. 다른 상임위원회가 심사한 법안의 체계와 자구를 다시 심사한다는 명분으로 법안 통과를 지연하거나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법사위는 견제 장치를 넘어 무소불위의 ‘옥상옥 상임위’가 되었고,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다툼은 원 구성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현재 제22대 국회 후반기 역시 법사위원장 선임 문제로 야당이 국회 일정에 불참하면서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할 국회가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놓고 멈춰 선 심각한 상황이다. 법사위가 사실상의 상원 역할을 하면서 정당 간 권력투쟁의 중심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법사위의 과도한 권한은 조정하고, 법률을 다시 살피는 기능은 정식 상원이 공개적이고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국가 의사결정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지역대표형 상원은 법률안을 신중하게 심의하면서 지방의 이해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다.



그동안 개헌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했고 국회도 여러 차례 개헌특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약속은 흐려졌다. 대통령 4년 중임제냐, 의원내각제냐, 이원집정부제냐는 논쟁만 반복하다가 정작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뒷전으로 밀렸다.



개헌의 출발점은 권력을 누가 더 갖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을 누릴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 헌법은 정치인들의 권력 배분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국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먼저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이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중요한 정책과 법률을 직접 제안하며, 잘못된 권력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개헌안의 결과만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 아니라 개헌안을 만드는 과정부터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 참여 개헌’이 되어야 한다.



지방분권도 헌법에 확실하게 담아야 한다. 지방정부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면서도 자치조직권·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지방은 집행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이 스스로 교육과 복지, 산업과 일자리 정책을 설계하고 책임지는 실질적인 지방정부 시대를 열어야 한다. 특히 소멸 위기에 놓인 전북과 같은 지역에 지방분권 개헌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앞으로 2년은 개헌의 골든타임이다. 새 지방의회가 출범했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까지도 2년가량 남았다. 대통령 임기도 충분히 남아 있어 당장의 선거 유불리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다. 지금부터 국민 참여로 개헌안을 마련해 2028년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제22대 국회가 이번에도 정쟁과 이해관계를 핑계로 개헌을 미룬다면 시대가 부여한 소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39년째 입고 있는 낡은 옷을 이제는 우리 시대에 맞게 바꿔 입어야 한다.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며, 권력이 한 사람과 한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국가 운영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제7공화국 개헌, 앞으로 2년이 가장 좋은 때다. 제22대 국회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중앙당 대변인, 익산시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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