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송화섭 전 중앙대 교수, 김민옥 교수 경성대학교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사찰에 장식된 게(蟹) 장엄을 연구한 논문이 국립민속박물관 발간의 『민속학연구』58집에 실려 주목을 받고 있다.
사찰의 대웅전 장엄한 불국정토세계에 장식되어 있는 게(蟹)는 대웅전에서 참선에 정진하는 수행자에게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달음을 가르쳐주는 교훈의 상징이라는 주장이 처음 제기되었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미술사학계와 민화연구자 사이에서 게(蟹)를 과거 장원급제의 상징과 길상(吉祥)으로 인식되어온 상황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있겠지만, 송화섭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사찰의 게는 불교사상사적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송화섭 교수팀은 게 조각은 중국의 대승불교권에서는 볼 수 없는 장엄으로,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남방불교(소승불교)의 불교힌두 사원의 게 장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 사찰의 게 장식은 대웅전의 수미단에 장식되어 있는데, 이러한 수미단 장엄은 중국,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한국불교유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불교미술사학계에서 수미단 장엄에 대하여 소홀히 다뤄 온점이 안타깝다면서 수미단 연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찰에 게(蟹) 장식은 주 불전 대웅전 내에는 수미단, 닫집, 천장에 등장하고, 대웅전 밖에는 대웅전 주춧돌과 석축기단에 장식되어 있다. 또한 선승(禪僧)의 부도탑인 승탑에 등장한다. 대웅전의 게 장식은 주로 대구 팔공산권과 부산 경남권 사찰의 대웅전‧극락전‧원통전에 집중 분포하고, 선승의 승탑 게(蟹) 장식은 호남지역의 장성 백양사, 해남 대흥사, 해남 미황사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사찰의 대웅전 게 장식은 17세기초에 처음 등장한다. 우리나라 사찰은 임진왜란 당시 의승병의 활동으로 왜적들의 방화로 불에 타고 전소되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1600년대 중반에 대웅전이 중건되면서 대웅전 수미단에 불교신앙과 관련하는 다양한 장엄들이 묘사되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게(蟹)이다. 게는 연꽃, 거북과 한 세트로 장식되는 경향을 보여주는데, 연화(蓮花)‧게(蟹)‧거북(龜)은 사찰에서 승려들이 참선을 수행하는데 상징적인 영물로 신앙되어왔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지만, 게와 거북은 스스로 성장 과정에서 딱딱한 등껍질을 여러번 탈피(脫皮)하면서 성장한다. 생태적으로 게와 거북은 낡은 허물을 벗어내는 생물로서 불가의 수행자들에게는 탐욕과 번뇌, 윤회를 탈피하는 해탈(解脫)을 강조하는 교훈의 의미가 있다.
특히 게(蟹)의 생태적 특징은 날카로운 집게발과 발을 갖고 있다. 게는 외부의 공격에 대응하거나 상대와 싸워야 할때에 집게발과 발을 치켜 세우고 벌려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부처님의 전생담인 『본생경』에는 게가 집게발로 뱀과 까마귀를 물어 죽이는 이야기가 있다. 본생경의 전생담에 등장하는 게, 거북이야기는 인도에서 개인 수행(修行) 중심의 남방불교(소승불교)가 동남아시아로 전파되면서 불교사원에 조각으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동남아시아 불교힌두사원의 수행의 상징인 게,거북이가 통일신라-고려시대 초에 한반도 사찰에 전파되어 수행의 상징으로 정착한 것이다.
전북지역 사찰의 게 장엄은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의 천장 우물반자 옆 빗반자에 회화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내소사의 암수 한쌍은 연화장세계에 그려져 있는데, 다른 사찰에는 등껍질을 노출한 조각이지만, 내소사의 게 그림은 암수 모두 배딱지를 그렸는데, 배딱지 게 그림은 내소사에서만 발견되는 회화 방식이다. 내소사는 게의 집게발과 입 부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그려져 게가 작은물고기 먹이사냥을 하는 모습을 그렸다. 게가 무애자재(無碍自在)의 생물로 상징되는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으로 가장 리얼하다. 수미단에서 게는 연못속에서 작은물고기를 쫓아다니는 모습(쫓는 자)이라면, 작은물고기는 게를 피해 도망다니는 모습(쫓기는 자)으로 표현되어 있다.
완주 송광사 대웅전에는 삼존불(석가모니,아미타,약사여래)이 천판에 봉안되어 있지만 닫집이 없는 운궁형 천장 형태를 보여준다. 대웅전 우물반자에 게,물고기,거북이를 별도로 조각하여 부착하는 방식으로 장식하였다. 특히 석가모니 천장 우물반자와 아미타불 우물천장에 각각 게, 거북, 물고기 3~4마리를 집중 부착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게, 거북, 물고기 장엄을 부착 장식할 때에 아미타불 신앙이 성행하였음을 말해준다. 게, 거북, 물고기는 수행에 대한 훈장같은 장엄이다. 18세기경 자연재해로 흉년 기근이 발생하고 백성들의 희생이 컸던 시기다. 이러한 승려들이 재난극복과 중생들의 서방정토 극락왕생을 서원하기 위하여 석가모니와 아미타불 앞에 앉아서 염불수행(念佛修行)에 정진하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서 게,거북이,물고기가 그대로 부착된 채 남아 있다. 완주 송광사의 우물반자 천장에 게, 거북이, 물고기 장식은 선수행의 훈장같은 것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부착되어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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