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그동안 서울 중심의 일방적인 한국 근현대미술사 서술 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전북 지역 서양 화단의 뿌리와 정체성을 완벽한 실증 데이터와 날카로운 학술적 논지로 규명한 기념비적인 연구 성과가 나왔다.
'보수성'으로 폄하되었던 전북 구상미술 전통의 가치를 '다원주의적 시각과 주체적 지역색(local color)'이라는 학술적 프레임으로 대전환한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전북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서양화 전공) 김미선 씨는 박사학위 논문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본 전북 서양화단의 형성과정 연구'를 통해 일제강점기 전북 서양화단의 성립과 발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고찰하고 향토 미술사의 공백을 채우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학위논문은 단순히 단편적인 인물이나 작품 소개에 그치지 않고,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 발전 논리에서 벗어나 전북 미술 고유의 정체성을 실증적·학술적 단계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지역 학계와 미술계로부터 "중앙중심주의 미술사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전북 미술의 위상을 재정립한 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연구자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개최된 《조선미술전람회(조선미전, 1922~1944)》의 전라북도 지역 입상 현황을 전수 조사했다. 한국인 25명, 일본인 43명 등 68명의 입상자를 집계해냈다.
그 결과, 손용주(5회), 김용해(5회), 이순재(7회), 조화석(8회), 김영창(10회), 조한백(11회), 강판상(11회), 권우택(11회), 정대문(11회), 권영준(12회), 권오동(17회), 윤후근(18회), 강찬경(18회), 고화흠(18회), 추교영(18회), 서정주(18회), 이경훈(18회), 박병수(18회), 김치민(19회), 홍건표(19회),
승동표(19회), 류경채(19회) 등으로 구분된다.
김영창은 5회(10회, 15회, 16회, 22회, 23회)를 비롯, 이순재는 3회(7회, 8회, 제10회), 조화석은 3회(8회, 10회, 11회), 권영준 3회(12회 ,16회, 17회), 고화흠은 2회(18회, 19회), 박병수는 2회(18회, 19회) 등으로 분석됐다.
이미지 확인 작품 104점과 제목 선집 43점 등 147점의 작품을 확인해 표로 수록, 전북 미술사 연구의 강력한 문헌적 기초 자료를 마련했다.
이번 논문은 그동안 한국 미술사의 서술 속에서 전북 서양화단의 특성이 구상미술 전통의 ‘보수성’으로만 치부되던 기존 시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연구자는 이러한 평가가 서울 중심의 ‘중앙화단 동시대성 기준’에 의해 재단된 ‘중앙중심적 평가’에 불과함을 밝혀냈다.
논문에 따르면 전북 미술은 서구 문화에 대한 맹목적 수용이나 중앙화단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차별적인 ‘지역색(local color)’과 자주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서구 모더니즘과 추상미술로 급격히 경도되던 중앙화단과 달리, 전북 화단이 지켜온 자연주의적 사생 화풍과 구상미술은 획일적인 보편 미술사 속에서 폄하될 것이 아니라, ‘한국 서양화단의 다층적 구조’를 보여주는 주체적이고 다원적인 선택으로 재위치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논문은 전북 서양화단이 ‘일본과의 직접적인 교류 통로(도쿄미술학교 출신 교사 사료 발굴)’를 통해 자양분을 얻었으며, 1930년대 전주 ‘한묵회(韓墨會)’ 중심의 강력한 전통 서화 위세 속에서도 전주고보·전주사범 등 교육기관을 통해 서양화가 보급된 과정, 1940년대 초 전북 최초의 사설 미술교육기관으로서 ‘집단적 미술운동’의 기틀이 된 ‘동광미술연구소(同光美術研究所)’의 역할 등을 정교하게 엮어냈다.
이러한 흐름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시기까지 독자적인 인상주의 풍경화풍으로 완성됐다.
이번 학위논문은 이광철 교수의 지도 아래 마침내 결실을 보았으며, 지역 학계와 미술계로부터 전북 근대 미술사의 공백을 채운 깊이 있는 연구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박사는 "현재 한국 근대미술 연구는 '근대화'와 '조선향토색'의 논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각 지역 미술의 자주적이고 지역적인 차이를 간과해 왔다"면서 "획일적인 미술사에서 벗어나 전북 미술이 가진 독창적인 지역색과 상이한 시간성을 인정하는 다원적인 시각의 향토 미술사 연구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전북 서양화단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절대적인 연구가 부족해 정체성이 무시되거나 왜곡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전북 화가들이 중앙에 휩쓸리지 않고 구축해 온 독창적인 미적 기반과 주체적 위상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박사는 전북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순천대학교에서 강사를 역임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경기도 수원), 한국가스공사(전북지부) 등에서 강의했다. 서울 서화갤러리(청담동), 서울 갤러리 창(인사동)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ARTSEOUL 전시 기획공모전(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등 다수의 전시에서 기획자로서 참여했다. 현재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강의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미술사 한걸음 더(2021, 공저)' 와 '완주예인 기억과 기록 사이'(2020, 공저) 등을 펴냈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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