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공간, 문화로 재생...군산 원도심 깨우는 ‘전북은행 미술관’

옛 나운동 지점 활용해 80평 규모 복합 문화 플랫폼 조성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모델로서 지역 문화 격차 해소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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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로 가동을 멈췄던 군산 원도심의 유휴 공간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도시재생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도시의 패러다임이 외곽 신도시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전환되며 원도심의 유휴 공간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전북은행이 군산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기존 폐쇄 지점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사례가 지역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JB금융지주 전북은행은 군산시 나운동에 위치한 기존 나운동 지점 공간을 리모델링해 ‘군산 JB문화공간 내 전북은행 미술관(이하 전북은행 미술관)’을 개관하고 운영 중이다. 이는 금융기관이 단순한 재정적 후원이나 일회성 기부를 넘어, 자체 보유 자산을 시민들을 위한 문화 복합 플랫폼으로 환원하며 도심 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의 공간이 문화로 재생한 ‘전북은행 미술관’을 들여다 봤다.



▲‘번영에서 쇠퇴로’, 나운동의 역사성과 공간의 전환

미술관이 들어선 군산시 나운동은 산업화 시기 주거 기능이 확장되면서 학교, 시장, 병원, 금융기관이 밀집했던 군산의 핵심 생활권이었다. 전북은행 나운동 지점 역시 1991년 개점 이후 30여 년간 지역 금융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도시 구조 변화와 외곽 개발로 상권이 분산되면서 나운동 일대는 쇠퇴기를 맞이했다. 나운동 지점 또한 인근 지점과의 통폐합으로 인해 5년 전 문을 닫으며 유휴 공간으로 남겨졌다.

전북은행은 이 공간을 철거하는 대신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 문화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의 유입을 유도하고, 지역 활력 회복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의미를 살려 약 80여평 규모의 옛 은행 지점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특히 도시재생 분야에서 기존 건축물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재생형 개발’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 주도 사업을 넘어 민간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이 보유 자산을 활용해 문화 기반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 근대 거장부터 유럽 명화까지, 높아진 문화 접근성

전북은행 미술관은 군산시의 ‘근대문화도시’ 정체성에 맞춘 특화 기획 전시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나아트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개관 특별전 ‘환기의 산, 수근의 길 – 우리가 사랑한 근대의 풍경들’에서는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오지호,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진품을 전시했다.

이들이 그려낸 풍경은 격변의 시대 속에서 산업화 이전과 이후의 삶, 가난과 희망, 그리고 개인이 짊어져야 했던 시대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으로, 근대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군산의 도시 정체성과 맞물려 수도권 대형 미술관이 아닌 지역의 작은 미술관에서 수준 높은 전시를 무료로 만날 수 있는 문화 접근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호응을 얻었다.

이는 군산의 대표 관광지인 ‘시간여행마을’ 등 주변 근대문화 자원과도 연계되어 관광객과 지역민에게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두 번째 특별 기획전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 명화전’에서는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조르주 브라크,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등 20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꾼 유럽 거장 12인의 진품 작품 22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개막식에는 전북 지역 미술작가 50여 명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군산 출신 조각가 강용면을 비롯한 지역 예술인들은 이 자리에서 미술관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으며, 전북은행 측은 이를 향후 전시 및 문화 프로그램에 적극 반영하기로 협의했다. 지역 미술계와의 상생 및 소통 창구로서의 기능이 더해진 셈이다.



▲일상 속 ‘동네 미술관’,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모델

전북은행 미술관의 등장은 수도권과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공익적 가치가 크다. 전북은행 측 역시 이번 사업의 의미를 지역사회와의 접점 확대에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북은행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북은행미술관과 연계한 군산 시티투어도 실시한 바 있다. 지역의 문화자원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도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

이처럼 금융의 공간에서 문화의 거점으로 변모한 전북은행 미술관은 일회성 복지 사업을 넘어선 기업의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이자, 도시재생의 선진적 사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이번 미술관 개관은 단순한 시설 조성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역과 함께해 온 공간을 시민들에게 다시 돌려드리는 과정”이라며 “금융기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을 넘어 문화와 삶의 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반영한 전시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 명화전’은 오는 8월 23일까지 군산 JB문화공간 내 미술관에서 전액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단체 관람(20인 이상) 및 해설 예약은 JB문화공간 홈페이지 또는 전화를 통해 가능하며, 개인 관람객은 미술관 내 오픈갤러리 카페에서 도슨트 서비스를 현장 신청할 수 있다. /박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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