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재발견]세계유산의 기준으로 지역의 미래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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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오는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유산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회의다. 이번 회의는 세계유산의 등재 여부를 심의하는 자리를 넘어, 앞으로 국가유산을 어떤 기준으로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지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유산 등재기준과 국가유산 지정기준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이를 우리 역사와 문화의 특성에 맞게 정립한 '한국원칙(Korean Principles)'을 국제사회에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국가유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평가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가유산 지정은 역사성이나 학술성, 예술성과 같은 개별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반면 세계유산은 한 유산이 지닌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진정성과 완전성, 주변 경관, 지역공동체와의 관계까지 함께 살펴보며 '왜 이 유산을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가'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번 부산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러한 세계유산의 가치평가 방식을 국가유산 지정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세계유산 등재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국가유산 지정기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문화유산 가치를 미래세대를 위한 공공 자원으로 바라보겠다는 새로운 행정철학의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져준다. 앞으로 국가유산 지정은 역사적 사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화유산이 지닌 가치를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그 가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역사문화환경까지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문화환경 역시 개발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문화유산의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기 위한 공간적 기반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은 개별 문화유산으로 존재할 때보다 서로 연결될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하나의 유적이나 건축물을 따로 바라보기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낼 때 문화유산의 가치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으로는 지정 건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세계유산의 가치 체계를 반영한 지정 가치 정립과 역사문화환경 설정을 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결국 국가유산 지정은 물론, 장기적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유산 행정이다. 문화유산은 규제를 위한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미래세대에 전하는 소중한 공공 자원이다. 주민들이 문화유산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때 문화유산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지역의 자부심이 되고, 관광과 문화산업, 교육을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에서 시작되는 세계유산 논의는 결국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문화유산을 무엇을 위해 보존하고, 어떤 가치로 미래에 전할 것인가.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유산을 단순히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고, 세계유산의 기준에 맞는 가치평가와 체계적인 보존관리, 그리고 주민과 함께하는 활용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의 기준으로 지역의 가치를 설명하고, 한국원칙을 바탕으로 지역만의 역사와 이야기를 만들어 갈 때 우리 문화유산은 비로소 세계와 소통하는 보편적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완주군 국가유산 전문위원 장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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