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이만난사람-전북 정읍 사랑방 임락경목사> 20세기 영성가들의 맥을 사랑방 임락경 목사…'소식(小食)·소욕(小慾)·소리(小理)의 건강 철학으로 현대인의 병든 영혼과 몸을 깨우다'

이현필·최흥종의 제자 임락경 목사가 전하는 돌파리(突破理)건강론...영성과 자연치유가 ‘생명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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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전북 정읍시 산내면의 한적한 산자락을 따라 들어가면 사랑방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옥 한채가 자태늘 뽑내고 있다.

화려한 십자가도, 웅장한 설교 단상도 없다. 대신 푸른 텃밭과 널찍한 나무 밥상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곳은 스스로를 ‘돌파리(突破理, 이치를 돌파한 사람)’라 부르는 임락경 목사(82)가 일구어낸 ‘건강교실 사랑방’이자 ‘사랑방 교회’다. 평생을 한국 개신교 영성의 뿌리를 찾아 몸으로 실천해 온 노(老)목사는 이제 고향 인근 옥정호 품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돌보는 치유의 정원을 가꾸고 있다.

​강원도 화천의 시골교회에서 장애인들과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그가 정읍 산내면에도 사랑방을 열고 매주 ‘건강교실’을 이끄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앙은 머릿속 관념이나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사랑과 매일 먹는 밥상과 이웃을 향한 구체적인 손길 속에서 비로소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종교 사상가이자 영성가, 그러면서도 가장 낮은 곳에서 흙을 만지는 농사꾼이자 자연치유 전도사로 살아온 임락경 목사의 깊은 삶의 궤적은 그래서 고귀하다.임락경 목사의 삶과 신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청년 시절 마주했던 한국 영성의 거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 1945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난 그는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맨발의 성자’로 불리던 이현필 선생을 만나고자 한국 개신교 최초의 수도 공동체인 ‘동광원’에 발을 들였다. 그곳은 결핵 환자들과 부랑인들이 뒤섞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던 눈물과 헌신의 자리였다.

​그는 그곳에서 이현필 선생의 철저한 청빈과 절제의 삶을 목격했다. 성경을 지식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고 김을 매며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 진짜 경건임을 몸으로 체득했다. 뒤이어 한국 사상의 큰 스승인 다석 유영모 선생으로부터 ‘몸과 맘과 정신’을 닦는 깊은 사유를 배웠고, 광주의 성자 오방 최흥종 목사에게서는 자신을 낮추어 민중의 벗이 되는 나눔의 영성을 이어받았다.

종파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참된 진리와 생명의 길을 걸었던 스승들의 영성은 임 목사의 뼈대가 됐다. 도시의 대형 교회들이 기복주의와 번영신학등 의적 성장에 매몰될 때, 그가 과감히 강원도 화천의 시골로, 그리고 다시 전북 정읍의 텃밭으로 내려올 수 있었던 내면의 힘은 바로 이 위대한 스승들의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임락경 목사는 영성가라는 무거운 이름 뒤에 ‘자연치유 건강전도사’라는 친근한 별칭을 달고 다닌다. 그가 이끄는 산내 사랑방의 ‘건강교실’은 단순히 오래 사는 법을 가르치는 건강 상식 강좌가 아니다.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는 영적 치유의 시간이다.

​그는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자연과의 단절, 그리고 과도한 욕망에 있다고 진단한다. 병이 나면 곧바로 약을 찾고,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돈으로 해결하려는 현대 문명의 맹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완벽한 생명의 자정 능력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생명을 돌보지 않아요. 몸이 아프다는 것은 영혼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보내는 긴급 신호입니다. 음식을 바꾸지 않고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병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진짜 치유는 매일 마주하는 소박한 밥상에서 시작됩니다.”

​그의 말처럼 건강교실을 통ㅅ내 제공되는 사랑방의 식탁에는 화려한 가공식품이나 인공 조미료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봄에는 들녘에서 뜯은 쑥국과 달래무침이, 여름에는 투박한 보리밥과 아삭한 열무김치가 오른다. 가을에는 깊은 풍미의 들깨버섯탕이, 겨울에는 구수한 된장찌개와 무청시래기가 상을 채운다. 조리 과정은 투박하고 손이 많이 가지만,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고 마음까지 맑아지는 치유의 음식들이다. 임 목사에게 밥상 기도는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대자연과 창조주를 향한 가장 깊은 형태의 감사이자 영혼을 회복시키는 치유의 의례다.

임락경 목사가 평생 농사를 짓고 대안 공동체를 운영하며 정립한 건강의 원칙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하다. 그는 현대인들에게 ‘소식(小食)’, ‘소욕(小慾)’, ‘소리(小理)’라는 세 가지 삶의 태도를 제안한다.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가슴이 꽉 막혀 있으면 아무리 좋은 산해진미를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습니다. 자연치유란 결국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다시 하나로 연결되어 제자리를 찾는 과정입니다. 욕심을 멈추고 분노를 내려놓으면, 우리 몸 안에 숨겨진 생명의 힘이 스스로 일어납니다.”

​학교에 가지 않고, 병원에 의존하지 않으며, 비료와 농약 없이 한평생을 살아온 임 목사의 역설적인 건강론은 질병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강렬한 경종을 울린다.

​임 목사의 목회철학은 확고하다. 세상의 교회가 규모가 커질수록 그의 내면에서는 깊은 갈증과 피로감이 몰려왔다. “교회가 커질수록 오히려 사람들의 영혼은 작아지고 파편화되는 느낌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는 밭에서 장애인들과 땀 흘리며 진짜 복음을 전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농촌에서 생활한다.

​그가 이끄는 사랑방 교회는 종교적 이념이나 교리에 갇힌 공간이 아니다. 제자들로 구성된 산돌회 회원등 전국에서 누구나 찾아와 다리를 뻗고 쉴 수 있는 쉼터이자 공동체의 중심추다. 그는 자연 자체가 곧 하나님의 성전이며, 들판에 핀 풀 한 포기와 구르는 돌멩이 하나에도 생명의 말씀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신념은 지역 사회를 향한 ‘사랑밥상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흙의 촉감과 손의 감각입니다.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이웃과 함께 먹을 밥을 짓는 경험이야말로 아이들의 영혼을 바르게 키우는 최고의 교육입니다. 하루 한 끼라도 이웃과 따뜻한 밥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거룩한 예배입니다.”

​사랑방 문 앞을 장식하고 있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문구는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압축해 보여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임 목사는 오늘날 종교계와 사회를 향해 조용하지만 뼈아픈 잔소리를 건넸다.

"세속적 욕망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이타심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참복음을 깨닫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것 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나라와 진리를 향한 구도자의 길을 가야합니다"

​정읍 산내면의 깊은 골짜기, 소박하지만 온기 가득한 사랑방에서 임락경 목사가 일구어내는 밥상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메마른 시대를 치유하는 거룩한 성찬(聖餐)이었다. 믿음이 밥이 되고 그 밥이 다시 삶으로 익어가는 그의 아름다운 여정은, 진정한 건강과 영성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에게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

/서울=정종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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