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유독 거센 정당 바람과 세대교체의 요구 속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전북 정읍시의회 라선거구(태인·옹동·칠보·산내·산외면)에서는 지방자치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 작성됐다.
주인공은 바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31.98%의 높은 득표율로 당당히 고지를 밟은 김승범 당선인이다.
이번 당선으로 그는 전북 최초의 '9선 기초의원'이자, 대한민국 지방의회 최다선이라는 독보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1995년 민선 1기 제1회 지방선거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202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낙선도 없이 연속 당선이라는 경이로운 대기록을 세운 김승범 당선인을 만나 그 소회와 향후 의정 방향을 들었다.
Q. 전북 최초 9선, 전국 최다선 기초의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당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먼저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당선은 저 개인 김승범의 승리가 아니라, 더 나은 우리 지역의 내일을 바라는 주민 모두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믿음과 성원을 보내주신 태인, 옹동, 칠보, 산내, 산외면 주민 여러분이 계셨기에 가능한 기적이었습니다. 9선이라는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기쁨보다는 준엄한 주민의 명령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당선의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내일부터 곧바로 주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겠습니다."
Q.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32년간 단 한 번도 낙선하지 않은 '선거 불패'의 비결은?
"특별한 비결이나 묘수는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언제나 처음처럼'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쳤던 것뿐입니다. 저는 선거 때만 주민들을 찾아가 허리를 숙이는 정치를 가장 경계합니다. 평소에 주민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주민이 부르는 곳이라면 새벽이든 밤중이든 맨발로 뛰어 나갔습니다.
농촌 지역의 특성상 주민들의 요구는 거창한 담론이 아닙니다. 무너진 농로를 보수하고, 가뭄에 물길을 열어주고, 어르신들이 머무는 경로당의 보일러를 점검하는 '생활 밀착형' 민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작은 목소리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려 노력했던 진정성을 주민들께서 이쁘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신뢰는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흙 묻은 구두 밑창에서 나온다는 것을 지난 32년 동안 몸소 배웠습니다."
Q. 정치 지형이 요동칠 때마다 무소속과 정당 소속을 오가기도 했는데, 무소속 9선이 갖는 의미는?
"제1회부터 제5회까지 무소속으로 연속 당선되었고, 이후 정당(새정치민주연합, 민주평화당)의 옷을 입기도 했지만, 결국 제8회와 이번 9회 선거에서는 다시 무소속으로 주민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호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지배적이지만, 저는 정당의 힘보다 '주민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무소속 의원은 중앙정치의 눈치를 보거나 당리당략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주민의 이익과 지역 발전만을 기준 삼아 소신 있게 의정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당적이 있든 없든, 제 진정한 소속은 언제나 '정읍시민당'이었습니다. 주민들께서도 정당의 간판 대신 김승범이라는 인간의 발자취와 땀방울을 보고 표를 주셨다고 확신합니다."
Q. 정읍시의회 의장, 상임위원장, 예결특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셨다. 이번 임기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 방향은?
"지방의회가 거듭될수록 지역의 인구 소멸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라선거구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으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번 임기 동안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 강화'와 '농촌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생각입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고,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또한, 9선 의원으로서 가진 풍부한 의정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임무를 더욱 날카롭게 수행하겠습니다. 갈등이 있는 곳에는 중재자로, 대안이 필요한 곳에는 해결사로 나서 정읍시의회가 중심을 잡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Q. 오랜 시간 지켜봐 주신 정읍시민과 지역 주민들께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32년 전, 푸른 꿈을 안고 처음 의회에 입성하던 그날의 떨림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아홉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지금도 그 마음은 똑같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언제나 처음처럼 겸손하게, 주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발로 뛰는 시의원이 되겠습니다. 귀는 열어두고 입은 낮추며, 주민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전북 최초 9선의 명예를 빛내주신 주민 여러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의정 활동 성과로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앞으로도 따끔한 채찍질과 따뜻한 격려로 함께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선거철마다 '인물론'을 외치지만, 결국 정당 투표로 귀결되기 일쑤인 정치 현실에서 무소속 김승범 당선인의 9선 신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 오직 지역민과의 끈끈한 '생활 정치'와 '외길 신뢰'로 일궈낸 역사적 쾌거이기 때문이다.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의 아홉 번째 여정이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 서 있는 농촌 지역에 어떤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정읍=박기수기자 서울=정종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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