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사기 자연학(지은이 김일권, 펴낸 곳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시리즈(전7책)는 '삼국사기'의 한국 고대사 기록을 ‘역사자연학’이라는 독창적인 관점으로 재구성한 김일권 교수의 대작이다. 이 시리즈는 '삼국사기'에서 천문·기상·역법·시간·신화·제사 기록을 선별하여 초자연적 현상이 국가 제례와 통치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정교하게 보여준다.
이 시리즈의 제1–4책은 흥미로운 접근 방식이 유독 돋보인다. 지은이는 옛 문헌 속 천문과 기상 기록을 현대 과학의 알고리즘을 통해 전면 재검증해 냈다. 한국사 2,000년에 걸친 일식과 핼리혜성의 회귀 기록을 낱낱이 분석했을 뿐 아니라, 연월일 시간 기록을 교차 검증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외교 기록의 날짜까지 정확하게 복원했다. 이는 고대 국가의 기틀이 되는 역법과 시간 운용 시스템이 예상보다 훨씬 정밀했음을 계량적으로 증명해 낸 독보적인 성과이다.
백제 무왕 13년(612년) 4월엔 남문에 뇌진이 있었으며, 5월엔 큰 비가 내려 인가가 수몰됐다. 앞선 무왕7년(606년) 3월엔 왕도에 흙비(우토)가 내려 낮이 캄캄했다.
제5–7책은 고대인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인문학적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용의 출현, 기이한 별의 움직임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단순한 허구나 설화로 치부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를 당대 사람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속에서 실제로 겪고 인식했던 생생한 ‘경험적 실재’로 새롭게 파악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자연 현상들이 어떻게 국가의 통치 이데올로기와 제례 시스템으로 스며들었는지를 정교하게 추적한다.
이렇게 현대 과학의 실증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전체 7권의 시리즈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1권은 삼국사기 일식 기록과 금석문 역일 기록, 2권은 삼국사기 천문지와 한국사 핼리혜성 기록, 3권은 삼국사기 기상지와 자연재해 기록, 4권은 삼국사기 시간 기록과 외교 기록일 복원, 5권은 삼국사기 고구려 신화영징제사 기록, 6권은 삼국사기 백제 신화영징제사 기록, 7권은 삼국사기 신라 신화영징제사 기록이다. '삼국사기 자연학' 시리즈를 통해 파편화된 문헌 기록 속에 숨겨져 있던 고대인의 삶과 세계관을 한층 깊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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