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이 곧 판이다…새만금 메가샌드박스의 승부수

기존 규제·이해관계 없는 새만금, '제로베이스 지대'로 주목 새만금사업법 개정으로 메가샌드박스 법적 근거 명문화 추진 실증에서 생산·수출까지 원스톱…'완결형 산업 생태계'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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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완성을 기다리는 땅'으로 머물렀던 새만금이 제도적 실험을 가장 빠르게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민선 8기 전북특별자치도가 규제 제로와 첨단산업 패키지 지원을 결합한 '글로벌 메가샌드박스'를 앞세워, 새만금만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 메가샌드박스가 필요한 이유

메가샌드박스는 기존 규제샌드박스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뛰어넘는다. 기존 샌드박스가 개별 기업이나 특정 기술에 한시적 특례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면, 메가샌드박스는 새만금 전역을 하나의 거대한 실증 무대로 설정하고 광역 단위에서 선제적·포괄적으로 규제를 일괄 배제하는 혁신 전략이다.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원칙 아래, 인프라·인력·R&D·재정·인센티브까지 5종 정책 패키지를 통합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만금이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 최대 규모인 291㎢의 매립지는 기존 규제와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제로베이스 지대'다. 산업과 제도를 처음부터 동시에 최적의 구조로 설계할 수 있고, 규제가 생기기 전에 먼저 판을 짤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새만금이 사실상 유일하다. 공항·항만·철도를 아우르는 트라이포트 물류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공급 능력도 갖춰가는 중이다. 실증에서 생산, 수출까지 한 곳에서 완결되는 '원스톱 확장성'을 갖춘 곳 역시 전국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기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들이 규제 해석과 승인 절차의 분산, 부처 간 협의 지연, 다단계 심의로 착수 단계부터 병목에 부딪혀왔다는 점도 메가샌드박스 도입의 절박한 이유다. 새만금의 잠재력은 특정 정부나 정당의 의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인프라라는 견고한 토대 위에서 스스로 완성돼야 한다는 인식이 메가샌드박스 구상의 출발점이다.



▲ 국정과제가 된 '글로벌 메가샌드박스'

전북의 '글로벌 메가샌드박스' 구상은 지난해 5월에 첫 공론화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정부 국무회의를 통해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최종 확정됐다. '새만금 글로벌 메가샌드박스 설정'이 국정과제 51번으로 명문화되며, 그동안 지역 건의 수준에 머물렀던 구상이 국가 전략으로 격상됐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새만금을 단순한 국토 개발 사업이 아닌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어떤 정치 지형 속에서도 새만금이 독자적인 성장 논리를 가질 수 있도록 전략적 기반을 다져왔다. ABCDEF 6대 첨단전략산업 육성 전략에 G(글로벌 메가 샌드박스)를 더한 'ABCDEF+G 새만금 비전'은 그 전략적 사고의 산물이다.

A(인공지능)·B(바이오)·C(문화콘텐츠)·D(방위산업)·E(재생에너지)·F(미래제조업) 등 6대 전략산업은 각각 새만금 내 사업과 짝을 이룬다. 의료용 헴프 산업 클러스터, K-콘텐츠 글로벌 복합단지, 안티드론 K-방산 육성기지, RE100 산업단지, 이차전지 R&D 콤플렉스 등이 그 실체다. 이 모든 사업의 규제 완화와 실증을 통합 지원하는 실행 도구가 메가샌드박스다.

올해 2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총 9조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며 메가샌드박스의 현실화에 동력을 실어줬다. AI 데이터센터 5조 8,000억 원, 태양광 발전 1조 3,000억 원, 수소 생산 인프라 1조 원, 로봇·AI 시티 8,000억 원으로 구성된 이 투자는 16조 원의 경제 효과와 7만 1,000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현대차가 새만금을 선택한 것은 291㎢의 광활한 부지, 트라이포트 물류망, RE100 실현이 가능한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 새만금이 가진 무기가 글로벌 기업의 투자 결정을 이끌어낸 결과다.



▲ 제도화를 통한 새만금 산업생태계 구축

새만금 글로벌 메가샌드박스의 성패는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견고하게 구축되느냐에 달려 있다. 도가 메가샌드박스의 '실행 체계' 구축과 함께 '제도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설정한 이유다.

현재 국내 규제샌드박스는 6개 부처·8개 분야로 분절돼 운영되면서 기업 현장의 불편이 누적돼 왔다. 도는 이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새만금 특화 제도 설계에 나섰다. 핵심은 새만금사업법 개정이다. 메가샌드박스의 법적 근거를 명문화하고, 규제자유특구법의 특례를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새특법)’ 내에 준용해 신산업 진입 장벽을 제도적으로 제거한다. '허용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규제 체계를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환하는 조항도 법령에 명시된다. 이 법안이 완성되면 새만금의 규제 혁신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법적 효력을 갖는 제도로 자리 잡게 된다.

새만금 기본계획(MP)에 반영된 SOC 사업들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특례도 핵심 입법 과제다. 이 특례가 법제화되면 남북3축 도로·내부간선도로 순환링 잔여구간 등 주요 SOC 사업들이 즉각 착수 가능해진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고용 규모 제한 철폐, 전 직종 외국인 고용 허용, 비자·체류허가 절차 간소화 등 출입국관리법 특례 조항도 새특법 내에 함께 도입된다.

규제 특례는 이중 트랙으로 운영된다. 반복 수요가 높은 규제는 요건을 사전 확정해 즉시 적용하고, 개별 기업·프로젝트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할 경우엔 통합 심의를 거친다. 다부처 규제 완화가 동시에 필요한 대형 투자자도 통합 창구를 통해 패스트트랙 처리가 가능해진다.



▲ 이제는 개발의 법에서 산업의 법으로

새만금의 과제는 '기반 조성'에서 '실행과 성과 창출'로 전환되고 있다. 새만금 글로벌 메가샌드박스가 국정과제에 반영됐다는 것은 새만금의 잠재력이 국가 전략으로 공인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잠재력을 성과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

그 핵심이 새만금사업법 개정이다. 지금까지 새만금사업법이 용지 조성, 기반시설 확충, 개발계획 수립 등 물리적 기반을 구축하는 법이었다면, 앞으로는 조성된 공간 위에서 기업이 활동하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법으로 확장돼야 한다.

도는 2분기 내 용역을 완료해 새만금사업법에 글로벌 메가샌드박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법의 성격을 산업·규제 혁신을 조율하고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실행 체계로 전환하는 개정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결국 새만금 메가샌드박스의 승부수는 특정 산업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만금사업법을 개정해 새만금의 법적 성격 자체를 개발 사업지에서 첨단전략산업기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새만금사업법 개정은 새만금의 미래 기능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라며 "기업이 새만금에서 실증하고 투자하며 생산과 수출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대한민국 첨단전략산업기지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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