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지은이 곽용태, 펴낸 곳 디멘시아북스)'는 신경과 전문의가 30년 넘는 임상 경험과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흐름과 현재를 정리한 입체적인 기록이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의 반복된 실패, 아두카누맙 이후 진료실에서 벌어지는 변화, FDA의 가속승인 논쟁, 도나네맙과 같은 후속 치료제의 의미, 그리고 아밀로이드 중심 패러다임이 낳은 혼란을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짚어내며, 알츠하이머병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하나씩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비판에 머물지 않고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같은 치료제가 열어젖힌 새로운 가능성과 그 한계를 함께 설명해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알츠하이머병이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노년기 알츠하이머병을 ‘활동성’, ‘취약성’, ‘예비력’이라는 관점에서 읽어내며 증상 이전의 신호를 어떻게 발견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임상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시기에도 병리적 변화는 이미 조용히 진행될 수 있으며, 그 시점을 더 일찍 포착할 수 있다면 완전한 예방까지는 아니더라도 발병 시점을 늦추는 현실적인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언제부터 병으로 볼 것인가”, “어떻게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예방과 치료, 관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며 알츠하이머병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의사의 입장에서 최신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료실에서 환자와 가족의 더 절박한, “그래서 이 약을 맞으면 엄마가 얼마나 좋아지나요?”, “아빠가 혼자 밥 드실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늘어나나요?”와 같은 질문들 앞에서, 충분한 근거와 설명 없는 희망이 얼마나 쉽게 오해될 수 있는지, 그리고 반복되는 검사와 막대한 치료 비용, 부작용의 위험을 결국 가족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 정직하게 드러낸다.
『알츠하이머병, 희망을 승인하시겠습니까?』는 치매의 완치를 약속하는 단정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커지는 치료 환경을 살아가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에게 더 일찍 발견하고, 더 정확히 이해하며, 더 현실적으로 대비할 것을 제안한다. 치매를 두려움의 언어로만 말해온 시대를 넘어, 이제는 관리와 모니터링, 남겨진 삶의 시간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이 책은 알츠하이머병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최신의 임상과 연구의 길잡이가 되고, 환자 가족과 일반 독자에게는 두려움을 이해로 바꾸는 지적 안내서가 될 터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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