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에게 밥이 필요하듯, 작물도 잘 자라기 위해 양분이 필요하다. 비료는 질소, 인산, 칼리와 같은 필수 양분을 공급하는 작물의 밥이다. 그러나 밥을 과식하면 탈이 나듯, 비료도 많이 준다고 작물이 더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양분에는 한계가 있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주면, 양분 균형이 깨져 생육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겉으로는 생육이 왕성해 보여도 조직이 약해지고 병해충이나 쓰러짐에 취약해져 안정적인 생산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최근 국제 정세와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화학비료 원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쉽다. 이런 때일수록 비료를 많이 확보해 쓰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지금 있는 비료를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 추천하는 표준사용량은 우리나라 평균 토양 비옥도 조건에서 작물 재배시험을 통해 생산량과 양분흡수량을 고려하여 설정한 비료 사용 기준이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알맞게 공급하기 위한 ‘작물별 맞춤 식단표’라고 할 수 있다.
배추·양파 재배시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표준사용량을 적용했을 때 농가 관행보다 질소 비료를 약 12% 적게 사용했지만, 작물 생산량은 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표준사용량에 맞춰 비료를 줄여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표준 사용은 부족하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작물이 이용하지 못하고 낭비되는 비료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 기준은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 246개 작물별 표준사용량은 국립농업과학원 흙토람(soil.rda.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토양 이화학성 분석)을 의뢰하면 내 농경지의 양분 상태에 맞는 비료사용처방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 관행이나 감에 의존하던 비료 사용량을 더욱 정밀하게 과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작물에 필요한 것은 많은 비료가 아니라 알맞은 비료다. 비료 표준 사용은 작물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투입을 줄이고, 농업환경을 안전하게 지키는 실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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