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자락에 정원 가꾸며 삶의 철학을 깨달은 이야기

송정섭 '식물이 전하는 철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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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전하는 철학들(지은이 정승환, 펴낸 곳 소용)'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식물과 정원의 철학적 식물의 경이로운 조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더 빠르게 살고, 더 많이 쟁취하는 법을 배워왔다. 하지만 정처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질문이 찾아온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식물은 자신의 생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한다. 씨앗이 깨어나는 때, 뿌리가 자리 잡는 시간, 꽃이 피고 지며 다음을 준비하는 흐름 속에서 인간의 삶에도 각자의 속도와 때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30년간 식물을 연구하고 은퇴한 식물학자가 내장산 자락에 정원을 가꾸며 삶의 철학을 깨달은 이야기이다. 꽃과 나무, 잡초와 씨앗들을 인문학적 성찰로 살펴볼 수 있으며, 인생 2막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마지막으로 공무원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정읍으로 귀농한지 어느덧 12년차. ‘꽃처럼 살자’며 외치던 그의 식물에 대한 관념은 삶의 변화를 거치며 더욱 깊어졌다. 저자는 인생의 겨울을 지나는 이들에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초연함을 권한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묵묵히 기다리고, 토양이 차가우면 깊이 잠드는 씨앗처럼, 때를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임을 강조한다.

4억 년을 살아온 식물은 우리에게 말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생은 그렇게 흐른다. 이 책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사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식물의 성찰, 조화, 균형, 성숙의 4개 장으로 구성된다. 저자는 식물 삶을 대변하며 깨달은 32가지 식물의 지혜를 니체, 스피노자, 공자, 노자 등의 사상과 교차 분석했다. 식물의 생태적 특성 하나하나에 철학적 사유를 덧입혀, 삶의 무거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단순한 관찰자의 시선을 넘어 연구자의 전문적 통찰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식물 세계를 세밀하게 전한다. 또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에게 ‘자연의 시간’으로 복귀할 것을 제안하며 자신의 계절을 정성껏 준비하는 지혜를 강조한다.

“식물의 자람은 자연이 정하고 자연의 이치는 사람을 살린다”

지은이는 식물학자이자 정원가이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화훼원예자생식물학을 전공,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 연구사, 연구관을 거치며 30여 년 동안 화훼 및 정원 분야를 연구해왔다.

그는 씨앗이 깨어나는 조건과 뿌리가 자리잡는 방식, 꽃이 피고 지며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과정을 오랜 시간 지켜보며, 삶에도 때와 흐름이 있음을 깨달았다. 오래도록 식물의 생을 관찰하며, 인생 역시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찾아가는 시간임을 배웠다. 이 책은 그러한 관찰과 질문의 기록이다.

식물을 단순히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마주하기 위해 교육하며 그 따뜻한 시선을 나누고 있다. 시민정원사 양성과 도심 속 정원을 가꾸는 현장에서 강연을 이어가는 한편, 2015년부터는 고향 내장산 송죽마을에 300여 종의 식물이 깃든 작은 정원 ‘꽃담원’을 일구었다. 이곳에서 ‘꽃담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정원 문화를 확산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지난 15년간 매일 아침 삶의 철학이 투영된 식물 이야기를 기록하며 6만 명의 팔로워와 깊이 있게 소통해오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화연지인(花緣志人), ‘꽃과의 인연을 삶의 뜻으로 삼는 사람’이라 부른다. 꽃으로 삶을 이해하고, 삶의 언어로 꽃을 다시 바라보는 일 그 사이에서 오늘도 정원에 서 있다. 쓴 책으로는 《꽃처럼 산다는 것》, 《주제로 만나는 우수정원식물KGM 500》 등이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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