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국민주권시대, 시민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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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6월 3일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어느덧 3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얼마나 밝아졌는가.

지방정치는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치다. 골목길 안전과 복지, 청년 일자리, 아이들의 교육환경, 어르신 돌봄까지 주민의 일상은 지방정부의 결정과 연결돼 있다. 하지만 현실의 지방정치는 여전히 중앙정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마다 반복되는 ‘줄투표’ 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를 사실상 독점했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능력과 도덕성보다 정당 기호를 먼저 보고 투표하면서, 지방의원들은 주민보다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구조가 굳어졌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변자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하청조직처럼 움직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낮은 투표율 역시 문제를 악화시킨다. 지난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였다. 유권자 둘 중 한 명만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조직력을 가진 거대 정당의 영향력은 커지고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진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내란이라는 헌정 위기를 겪은 이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주주의와 정치의 방향을 다시 묻는 선거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지도자를 기다리는 제도가 아니라, 잘못된 권력을 심판하고 더 나은 선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공천권자만 바라보는 이에게 던지는 표는 '사표(死票)'가 되지만, 책임을 묻는 표는 지역을 바꾸는 '생표(生票)'가 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은 시민이다. 기표소 안에서 단 1분만이라도 정당 기호를 내려놓고 후보의 이름과 삶의 궤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주민 곁에서 실제로 일했는지, 누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할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

지금 우리 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위기 앞에 서 있다. 청년은 떠나고, 아이 키우기는 어려워지고, 어르신들의 삶은 점점 외로워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바꾸는 생활정치다.

6월 3일, 시민이 다시 정치의 주인임을 보여줘야 한다. 공천권자가 아니라 주민을 두려워하는 정치, 보여주기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정치를 만들 수 있는 힘은 결국 유권자의 한 표에 있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기호’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기호를 지우고 이름을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진짜 지방자치와 주민주권의 시대가 시작된다.

/오승옥(문화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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