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북 문화유산, 자연 재해부터 지켜내야

건조한 날씨에 산불 잇따라 '국가 명승' 김제 망해사 화재

2024년 4월 김제시 진봉면에 위치한 천년 사찰 망해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심 전각인 극락전과 불상 9점이 전소됐다. 정읍 내장사는 역사적으로 수차례 불타는 아픔을 겪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21년 3월 대웅전이 완전히 전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제 금산사의 역사상 가장 큰 화재 사고는 1986년 12월에 발생한 대적광전 화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이 완전히 소실됐다. 이로 인해 이듬해인 1987년 보물 지정이 해제되었으며, 다행히 화재 전 정밀 실측 자료가 남아 있어 1994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원형 복원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태풍·산불 등 자연재해의 빈도가 급증함에 따라 훼손 위험에 처한 국가유산을 지키기 위해 예방 중심의 철저한 방재 시스템과 긴급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과거엔 화재가 주된 위험 요소였으나, 최근들어 풍수해 및 산불 피해가 전체 재난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국가유산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유산을 선별, 과학적인 예측 평가와 방재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전북 동부지역 문화유산돌봄을 수행하는 국가유산아웃리치연구소가 18일 진안향교에서 진안지역의 국가유산 소유자·관리자 교육을 가졌다. 전경미 전북동부 문화유산돌봄센터장의 ‘기후변화에 의한 재해로부터 국가유산 관리 방법’ 강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난이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재해 예방을 위한 사전 점검과 체계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유산 중에는 목조 건축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목조 건축물은 화재에 취약하다. 실제로, 목조 건축물의 화재 피해가 가장 컸다. 게다가 산속에 있는 국가유산은 산불 발생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일본은 설계·시공·유지관리를 일원화하고 현지 관리자가 장비를 직접 조작·훈련하도록 하는 시스템이고, 우리는 관리 업체가 자주 바뀔 뿐만 아니라 바뀌면서 도면과 현장이 달라지는 데다 장비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 관리자뿐만 아니라 민간 단체와 지역 주민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소방 유관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문화유산을 화마와 재난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원형 복구가 매우 힘들다. 사후 대처도 중요하지만, 예방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과거 화재·재난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목조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초기 5~10분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문화재 관리자를 상시 배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자동화재감지기와 CCTV 등 감시 장비를 확충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로 재난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재난은 불가항력적이나 준비를 철저히 하면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구조적 대책과 비구조적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물리적 설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관리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매뉴얼을 현실화해야 하고, 문화재는 영원하지 않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국가·지자체·민간이 함께하는 ‘한국형 문화유산 방재 시스템’을 서둘러야 한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는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꼼꼼히 수립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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