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논단-일주명창> “정치는 칼이 아니라 거울이다”

-정책 실종의 전북도지사 선거, 이제는 유권자의 ‘죽비’가 필요하다

6.3 지방 선거가 본격적인 공식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북의 정치판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미래 비전과 정책 경쟁은 보이지 않고, 상대를 향한 공격과 진영 대결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원래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치열한 정책 토론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는 누가 더 전북을 발전시킬 것인가보다 누가 더 상대를 흠집 낼 것인가에 매몰되는 모습이다.

정치는 본래 “백성을 위한 공론의 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선거판은 공론보다 감정이, 비전보다 프레임이 앞서고 있다.

도민들은 묻고 있다. “그래서 전북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청년 유출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소멸 위기의 농촌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라고 말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언어 속에서 도민이 체감할 정책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두 후보, 김관영 후보와 이원택 후보 모두에게 필요한 고사성어가 있다.

바로 과이불개(過而不改) 다. “허물이 있으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허물”이라는 뜻이다.

정치인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잘못된 선거 흐름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 정치 전체의 퇴행으로 이어진다.

김관영 후보에게 필요한 말은 역지사지(易地思之) 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무소속이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지만, 도민들이 바라는 것은 피해의식이나 정치적 억울함의 호소가 아니다.

왜 자신이 다시 전북을 맡아야 하는지, 어떤 미래 전략으로 전북 경제를 살릴 것인지에 대한 설득이다.

정치적 결단은 평가받을 수 있지만, 그 결단이 도민의 삶을 바꾸는 비전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결국 정치적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원택 후보에게 필요한 고사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 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라는 뜻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거대 정당의 조직력과 중앙정치의 힘만 믿고 선거를 치른다면 큰 착각이다.

전북 민심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다.

민주당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전북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사람인가”다.

정당의 우세가 곧 민심의 절대 우세는 아니다.

오히려 거대 조직일수록 더 낮은 자세로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두 후보 모두에게 동시에 던지고 싶은 말은 견리사의(見利思義) 다.

“이익을 보거든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선거는 권력을 얻기 위한 경쟁이지만, 권력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북의 미래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 앞서는 순간, 정치는 민심으로부터 멀어진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는 선거는 잠시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도민들에게 깊은 피로감만 안긴다.

지금 전북은 결코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청년들은 떠나고, 기업은 부족하며, 농촌은 비어가고 있다.

새만금은 여전히 정치 논리 속에서 흔들리고 있고, 지역경제는 수도권 집중 속에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절박한 현실 앞에서 선거가 네거티브와 진영논리로 흐른다면 그것은 정치의 직무유기다.

정치인은 시대의 거울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가 오히려 도민들의 분노와 혐오를 키우고 있다면 누군가는 멈춰 서야 한다. 선거는 싸움이 아니라 선택이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보다 도민을 설득하는 철학이 필요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두 후보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전북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아니면 상대의 과거만 공격하고 있는가.”

전북도민은 생각보다 현명하다. 자극적인 구호보다 진정성을 보고, 화려한 정치 언어보다 삶을 바꾸는 정책을 기억한다.

이제라도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누가 더 전북을 사랑하는지, 누가 더 전북의 미래를 준비했는지로 경쟁해야 한다.

정치의 품격은 결국 언어에서 드러난다.

상대를 향한 독설이 아니라 도민을 향한 책임의 언어가 필요하다. 전북 정치가 다시 도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두 후보 모두 스스로에게 엄격한 죽비를 들어야 한다.

맹자는 말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

이번 선거가 권력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전북의 미래를 위한 약속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서울본부=정종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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