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시위소찬(尸位素餐)

“별다른 재능이나 공로없이 국가의 혈세를 받아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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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불야성이다. 거리에는 현수막과 후보자들의 90도 인사가 네거리마다 경쟁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며칠만 고생하면 4년 동안 많은 보수와 권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경선에 불복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또 국회의원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지역 연고도 없는 측근이나 잘 따르는 사람을 도의원이나 시․군의원 공천을 주기도 한다. 지방자치제도가 이렇게 변질 타락되고 있다. 그러니 호남과 영남지역은 6.3일 본선거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되기 때문이다. 1995년 김대중 대통령이 이러려고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그때부터 지역 발전을 시키겠다는 공약은 쓰레기통에 내던져 버린다. 그리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수많은 특권을 누리며 매년 목적없이 해외 연수를 다니며 공무원을 수족 부리듯 한다. 그러면서 4년을 즐긴다.



소찬(素餐)은 공짜로 먹는 것을 말한다. 즉, ‘아무런 재능이나 공로도 없이 녹을 타 먹는다’라는 뜻이다. ‘시위소찬(尸位素餐)’이란 시동(尸童)의 공짜밥이란 뜻으로, 직책을 다하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한 채 국민의 세금을 받아먹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 일부 지방의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의 단면일 것이다.



나라와 백성을 살피기보다는 자신들의 안위와 배만 채우기 위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이렇듯 시위소찬은 별다른 공적없이 국가의 녹을 먹는 것을 말하는데 줄여서 ‘시소(尸素)’ 또는 ‘시록(尸祿)’이라 한다. 그런 자를 ‘시관(尸官)’이라고 한다.



‘시위소찬’은 중국 서한시대 한서 주운전(朱雲傳)에 나오는 말이다. 직언을 잘하기로 유명했던 한나라 때의 주운이 성제에게 고했다. “오늘날의 조정대신들은 위로는 임금을 바로잡지 못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유익하게 못하니, 모두 다 공적도 없이 녹만 받는 시위소찬자이다.” 바른말을 한 주운이 황제의 노여움을 사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 용기와 말은 지금까지 전해져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시위소찬의 행태가 중국 한나라 때에만 있을까.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막대한 국민 혈세를 받아먹으면서도 시위소찬하는 자들이 어디 한두 명인가.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지방의회나 공기업의 모럴해저드 때문에 들끓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주민을 위한 조례 제․개정 권한과 민원해결, 예산절감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다. 공기업 직원들은 어떤가. 엄청난 빚더미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거나 복지 확대를 하는 등 끝없는 방만 경영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을 지방의원들의 자질이나 공기업 수장의 낙하산 인사라고 꼽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숨어 있는 게 또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 후보자 중에는 성추행에 사기는 물론 전과 15범, 36%가 전과자가 등록했다는 것이다.



광역의원은 1억 500만원, 기초의원은 7,750만원 안팎의 연봉(업무추진비 등 포함)도 받는다. 그러고 보면 목숨 걸고 당선 다툼에 나서는 이들에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말은 늘 번지르르하게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일 뿐이다.



이 사회를 움직일 만한 위치에 있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법망을 피해 가는 정교한 또 다른 상방보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은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법 위에서 무소불위하며 시위소찬하더라도 탓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동포에게 고하는 글’에서 “그 민족사회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감이 있는 자는 주인이요. 책임감이 없는 자는 여객이다”라고 말했다. 문제가 일어나고, 실패의 상황에 처해 있을 때 환경을 탓하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게 아니라, 먼저 책임을 지는 지방의원이나 공기업 임직원들이 되어야 한다./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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