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만난사람]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사라진다…오월, 이제는 ‘읽기’ 넘어 ‘걸어야’ 할때”

5·18 사적지 따라가는 오월길 여행 '오월, 소년의 기억을 걷다' 펴낸 이돈삼작가 반세기 다가오는 오월의 기록, 남도 토박이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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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부당한 국가권력과 신군부의 집권 음모에 맞섰던 1980년의 오월.

한국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되었고, 전 세계 민중에게 독재에 맞서는 용기를 주었던 그 역사적 사건이 이제 반세기를 향해달려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그날의 현장은 박제된 역사로 남고 우리의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5·18 민주화운동 46주기를 앞두고, 박제된 역사를 오늘날의 살아있는 숨결로 되살려낸 이가 있다.

남도의 길을 누구보다 깊이 걸어온 저자 이돈삼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오월, 소년의 기억을 걷다'를 통해 독자들에게 오월을 단순한 텍스트로 ‘읽는’ 데서 그치지 말고, 직접 그 현장을 ‘걷고, 느끼고, 기억하자’고 제안한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사라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면 그 정신은 이어지고 계승됩니다.”

​현재 전남도청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5·18 사적지 안내해설사로 활동 중인 저자 이돈삼은 이 책을 쓴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광주와 전남 곳곳에 흩어진 5·18 사적지들이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라, 당시 시민들의 저항과 연대, 그리고 희생이 응축된 ‘살아 있는 공간’임을 강조한다.

​책은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시작된 항쟁의 불씨가 금남로, 옛 전남도청, 상무관, 전일빌딩으로 번져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저자는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찍은 240여 장의 사진과 함께, 계엄군의 폭력에 맞선 시민들의 헌혈, 주먹밥 나눔, 그리고 ‘해방광주’가 보여준 자치공동체의 경험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마치 저자와 함께 오월길을 걷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저술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문학과 역사적 기억을 잇는 시도에 있다.

저자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인물들이 머물렀던 공간과 실제 사적지를 중첩시킨다.

소설 속 주인공 ‘소년’ 동호의 시선을 따라 걷다 보면, 독자는 46년 전 그날의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적 질문에 직면하게 하는 공감의 매개체가 된다.

​책의 후반부에는 조각가 김왕현이 제작한 사적지 표지석 디자인의 상징적 의미와, 국립 5·18 민주묘지로 향하는 길목에 흐드러진 이팝나무 꽃에 얽힌 이야기 등을 담아 여정의 깊이를 더했다.

부록에는 광주 30곳, 전남 30곳 등 총 60여 곳의 사적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실용성까지 갖췄다.

​저자 이돈삼은 오월을 과거에 박제된 사건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민주, 인권, 평화, 그리고 공동체적 연대라는 오월의 가치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열쇠이기 때문이다.

​“오월길 여행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지 스스로에게 묻고 성찰하는 여정입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며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46주기를 앞둔 지금, 그의 안내를 따라 오월의 현장을 걷는 일은 비단 과거를 추모하는 일을 넘어,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민주주의의 불꽃을 다시 지피는 소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이돈삼은 남도 여행 전문가이자 5·18 역사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전남매일'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남도의 역사와 길을 기록해 왔으며, 저서로는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 '숨은 길 찾기'등이 있다.

/서울=정종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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