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충남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공급하는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이 사업은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경부고속도로 10배에 달하는 3,855㎞에 달하는 초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 짓는 사업이다. 이른바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은 일으키기도 했다.
전북을 포함해 전국 100여 개 주민대책위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8일 이 단체 대표자와 “현재 진행 중인 논란의 송전선로 입지선정 절차를 1개월간 잠정 보류하겠다”라고 밝혔다. 주민피해와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 현장 실태 파악도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결정이 6.3지방선거를 의식한 시간 벌기가 아닌지 의심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현장 파악도 어렵고, 굳이 시한은 정한 것도 그렇다. 국가적인 사업을 선거에 이용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대안 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북을 비롯한 송전탑이 지나갈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건 이른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선 더는 수도권 중심 개발정책은 안 된다는 각성이자 반발이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송전탑 갈등은 단순한 그 입지선정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전력 소비와 그 경제적 이익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이로 인한 희생은 지역에 집중되는 대한민국 에너지 체계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갈등이다.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전기가 생산되는 지방을 중심으로 국가 전력망과 산업정책을 새판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산지소를 외칠 때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 지역으로 반도체 공장을 이전하기 어렵다”고 답한다. 이 또한 지역의 요구를 애써 외면하는 태도다. 짓고 있는 공장을 옮기라는 게 아니라 전력망과 산업정책을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짜야 한다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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