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가 거센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김관영 후보의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당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선거판은 정책 경쟁보다 ‘복당 불허’와 ‘징계’, ‘배신’과 ‘심판’이라는 자극적 프레임이 지배하는 극한 대치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전북에 집결하며 조직 결집에 나선 것은 이번 선거를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닌 ‘민주당 체제 수호전’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김관영 후보는 이를 “사당화된 정치의 폭주”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전북 정치권 전체가 사실상 감정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최근 김 후보를 향해 ‘영구 복당 불허’ 방침을 공식화하며 강경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당의 결정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만큼, 향후 어떤 경우에도 복당의 길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앙당 내부에서는 이번 대응을 통해 전북 지역 조직 이탈을 원천 차단하고, 무소속 돌풍 가능성을 조기에 꺾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최근 전북을 직접 방문해 이원택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며 조직표 결집에 힘을 보탰다.
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한 인사에게 전북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중앙당과 긴밀히 호흡할 수 있는 민주당 후보만이 예산과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택 후보 역시 “분열은 곧 패배”라며 무소속 후보 지지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북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힘 있는 도정이 필요하다”며 조직 결속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김관영 후보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김 후보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민주당 지도부 체제는 민주적 절차보다 특정 계파 중심의 사당화로 흐르고 있다”며 “도민의 선택을 받아 승리하더라도 현 체제하 민주당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중앙당 지도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단순한 선거용 메시지를 넘어, 향후 정치적 독자 노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시에 민주당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비칠 경우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북도당 역시 내부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준병 도당위원장은 “민주당 당원이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해당 행위”라며 “예외 없이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조직 이탈을 차단하기 위한 경고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압박이 오히려 내부 반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역 정치권에서는 일부 권리당원들과 기초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앙당의 강경 기조에 대한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조직 내부 균열 가능성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극한 대치 속에서 정작 도민들이 체감하는 피로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전북의 미래 전략과 산업 구조 개편, 청년 유출 문제, 농생명 산업 육성 등 핵심 현안은 실종된 채 정치권의 권력 다툼만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북 정읍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한모씨(55 정읍시내장상동)는 “요즘 뉴스만 보면 누굴 자르네, 복당을 안 시켜주네 하는 얘기뿐”이라며 “먹고사는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민주당은 협박하듯 복당 불허를 외치고, 김 후보는 지도부를 향해 독재라고 맞받아치는 모습이 수준 낮은 진흙탕 싸움처럼 보인다”며 “도민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세력 싸움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지역 원로층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지역 원로는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은 선거 끝나도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며 “정치권이 서로를 적으로만 몰아붙이다 보면 결국 피해는 도민들이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일선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정책 선거가 아닌 ‘감정 선거’로 흐르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텃밭 수성이 절박하고, 김관영 후보는 정치 생존을 건 승부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전북의 미래 비전 경쟁은 실종됐다는 점에서 도민들의 실망감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은 약 20일.
민주당의 견고한 조직력과 중앙당 지원 체제가 무소속 돌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아니면 김관영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과 반(反)정당 정서를 업고 돌파구를 만들어낼지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누가 승리하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깊게 패인 지역 사회의 균열과 정치적 후유증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는 차기 도정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서울=정종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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