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는 전주시가 내거는 슬로건이다. 그런데 전주에는 전통적인 한국적인 무형유산이 없다.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였고, 조선왕조의 본향이었다. 후삼국시대에는 견훤이 세운 후백제가 있었고, 조선왕조 500년동안 왕실의 본향은 전주였다. 전주 한옥마을은 왕도와 왕조의 기운으로 조성되었는데, 전주에는 대표적인 무형문화유산이 없다. 전주시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은 전주기접놀이가 있다. 사실 전주기접놀이는 음력 칠월백중놀이다. 전주기접놀이는 삼천동 삼천천변 4개 마을이 매년 백중절에 맞춰서 전승해온 술멕이 합굿이었는데, 술멕이합굿은 사라지고 기놀이 중심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전주에는 국가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 무형유산의 총본산이 전주인데, 정작 전주에는 세시풍속 전통의 무형유산이 없는 실정이다.
1119년에 이규보(李奎報:1169~1241)는 전주목 사록겸장서기로 전주에 부임해와 고려중기 전주의 풍속을『동국이상국집』에 기록해 놓았다. 두 개의 풍속은 전주제용왕기우문(全州祭龍王祈雨文)과 전주제성황치고문(全州祭城隍致告文)에 실려있다. 전주제용왕치고문은 4월초파일에 전주 덕진연못에서 용왕제를 거행하였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전주제성황치고문은 5월 단오절에 성황산에서 성황제를 지냈다는 기록이다. 4월초파일 용왕제는 석가탄신기념일에 덕진연못에서 용왕제를 지냈다는 것인데, 덕진연못의 용왕제는 그만큼 불교의 문화적 사상적 깊이가 깊다는 뜻이다. 4월초파일 용왕제는 조선후기까지 지속적으로 전승되어 왔으며, 일제강점기에도 덕진연못 용궁각에서 용왕제를 지냈다. 5월 단오절 성황제는 성황산에서 지냈고, 덕진연못에서는 단오물맞이를 즐겼다. 성황산이 승암산으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성황산 골짜기에는 성황사가 있고, 성황신상 5위 목각신상도 보존되어 있다. 고려시대부터 전승해온 전주용왕제와 전주단오제는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중단되었다.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 덕진연못에서 용왕에게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에서 덕진연못을 하늘못(天之淵)이라고 표현하여 덕진연못이 매우 영험한 성지(聖池)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선비들은 덕진연못의 아름다운 경관에 찬탄하는 수많은 시문을 남겼다. 1938년 7월 18일 동아일보-내 지방의 여름풍물-덕진물맞이- 신문기사에는 호남 최대의 단오물맞이로서 무려 3만명의 인파가 단오날에 덕진연못에서 물맞이를 즐겼다고 밝혔다. 지금도 전주 인근의 노인들은 덕진연못 단오물맞이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전주풍남제가 단오제를 잇겠다고 선언하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동국이상국집』전주제성황치고문을 살펴보면, 단오날 전주성황제가 얼마나 성대하게 거행되었는지 내용으로 확인되고 있다. 성황제는 도시수호신에 대한 고을제사다. 전주의 성황신은 김부대왕 일가다. 김부대왕은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다. 전주 성황신의 신격이 높아 산의 명칭도 성황산으로 불렀다. 전주목 주변 고을의 지방관리들이 전주성황제에 앞다퉈 선물꾸러미를 갖다 바칠 정도로 전주의 정치적 사회적 위상을 보여주는 전통제전이었다. 사묘제의 관행에 따라 조선후기까지 전라도 관찰사가 제사를 주관하였다.
4월초파일 전주용왕제와 5월 단오절 성황제와 단오물맞이를 복원하자. 조선시대 전주기록을 살펴보면, 한양도성에 버금갈 정도로 전주부성의 기왓집들이 즐비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전주에 전라감영이 있었다. 전통농업사회에서 전라도의 중심 전주는 서울 한양못지 않았으나, 도시산업사회에서 쪼그라졌고, 지금은 도시의 행색이 매우 초라해 졌다. 우범기시장이 내건 “강한경제, 전주 다시 전라도의 수도”도 실패하였다. 전주를 다시 전라감영시대로 위상을 세워보겠다는 말만 앞세웠지 전략이 없었다. 전주가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도시라고 했다면 한국적인 전통문화자원을 도시브랜드로 내세워야 하는데, 속빈강정으로 끝나고 말았다. 천년전주의 문화자원인 전주용왕제와 전주단오제를 원형 복원하여 전주의 도시브랜드로 살려내자. 다음달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에 새롭게 선출되는 전주시장은 전주용왕제와 전주단오제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도시브랜드로 만들자. 문화산업시대에 두 전주전통제전을 문화산업화하여 전주의 위상을 부활시키고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진정한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도시로 만들자. 법성포단오제를 거울삼아 전주단오제를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고,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를 확장 등재 신청하여 전주단오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키자. 그리고 도토리키재기식의 효능감없는 지역축제는 정비하자. 전라감영시대의 전주의 위상은 무형유산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전주용왕제와 전주단오제에 후백제와 조선왕조를 담아 문화산업형 전통제전으로 복원해보자.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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