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소풍

도심 학생들에게는 일상인 프로축구 관람이 전북 면 단위 소규모 학교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물리적·경제적 장벽이다. 전북교육청이 10월 18일까지 전교생 30명 이하 면 단위 작은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축구 경기 관람 지원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북 현대모터스 홈경기 14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최소 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청은 입장료 전액과 스포츠 상해 보험을 지원해 안전망을 더했다.

'소풍(逍風)'은 한자로 '거닐 소(逍)'와 '바람 풍(風)'을 쓰며, '한가로이 거닐며 바람을 쐰다'는 뜻이다. 3,000 명의 제자 가운데 공자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한 제자는 과연 누구일까? ‘논어’ ‘선진(先進)’에는 공자가 ‘자로(子路)’, ‘증석(曾晳, 증점曾點)’, ‘염유(冉有)’, ‘공서화(公西華)’ 등 네 명의 제자에게 평소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한 삶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다. 증점이 대답하기를 “늦봄에 봄옷이 이미 이루어지면 관을 쓴 어른 5~6명과 동자 6~7명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대(舞雩臺)에서 봄바람을 쐬다가’ ‘노래하면서 돌아오겠습니다[詠而歸]”라고 했다. 이에 공자께서 아! 하고 감탄하며, “나는 증점이 하고자 한 것을 허여(許與)한다”했다.

정선의 '행단고슬도(杏亶鼓瑟圖)'라고 알려진 그림은 '논어'의 내용을 참조한다면 '사자시좌도(四子侍坐圖)'라고 해야 맞다. 맨 앞 부분에 슬을 앉고 있는 인물이 증점이다. 가운데 앉은 흰 수염의 인물은 공자다. 장자(莊子)의 '공자가 치유(緇帷)의 숲에서 벼슬을 하지 않고 제자들과 거문고를 타며 쉬었다'는 고사를 소재로 한 고사인물화이다. 정선은 공자가 직접 거문고를 타는 장면으로 묘사, 학문을 즐기는 스승을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엔 봄이 오면 학교에선 운동회를 하고 소풍을 가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활동을 하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사고가 생기면 교사가 형사 처벌을 받는 상황이 낳은 비극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현실을 지적했다. 요즘은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현장체험학습이 취소됐다며 다른 학교 상황을 묻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체험학습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감소한 데는 2022년 강원도로 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로 교사가 기소된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숙박형 체험학습의 안전 관련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지며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할 의지를 잃었다.

1980-90년대 소풍날, 보자기나 가방에 싸 왔던 신문지에 싼 삶은 달걀과 병 사이다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퍽퍽한 노른자를 먹고 톡 쏘는 사이다로 목을 축이던, 소풍의 필수 짝꿍이었던 이 추억의 맛은 많은 이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간식이다. 아이들에게 소풍과 수학여행의 소중한 기회를 돌려주는 일은 교사들이 부당한 고소·고발에 시달리지 않도록 법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보완 대책에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면책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야 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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