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의 선봉엔 K팝으로 불리는 대중음악이 있다. BTS와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는 연일 유튜브 조회 수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에는 ‘춤’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의 춤을 보면서 떠오르는 그림 한 점. 바로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무동’(舞童)이다. 악사는 북·장구·대금·해금에 피리가 둘, 이렇게 여섯으로 ‘삼현육각(三絃六角)’을 제대로 갖췄다. 하지만 무동의 춤판을 대하는 삼현육각 소리에 뭔가 어깃장이 있다. 김홍도의 귀에 들린 그들의 소리가 그럴 수 있을 터이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간직한 이항윤 전라삼현육각보존회장을 만났다.
‘위엄과 무아’ 넘나드는 ‘삼현육각’ 가락 전라감영을 사로잡다
전라삼현육각(全羅三絃六角)은 한국 무형유산의 뿌리 음악이다. 음악이 단순한 반주를 넘어, 전라감영의 문화 정체성을 회복하는 열쇠다. “이제, 삼현육각을 단순한 반주음악이 아닌, 독립된 연주 장르로 인식해야 한다. 공연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전라삼현육각'은 관악기 위주의 편성으로 소리가 매우 크고 화려하며, 전통 음악 특유의 긴 호흡과 생동감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또 하나, 힘과 생동감 있는 소리가 특징이다”
이회장은 오늘도 농삼현의 전통적 멋을 힘차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모든 악기가 똑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같은 가락으로 시작하여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형태를 반복한다. 향피리는 주선율을 이끌며 장단의 첫 부분을 충실히 연주하고, 대금과 해금은 맺음 부분을 담당하며 다음 가락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전라삼현육각은 전주지역 관아에서 전승된 삼현육각(피리2, 대금1, 해금1, 북1, 장구 1명으로 구성된 악기편성)으로, 전북 대표 향제 음악이다. 전라삼현육각엔 농삼현과 민삼현이 있다. 농삼현은 무용 반주용으로 연주하기 위해 세련되게 정비한 삼현이며, 민삼현은 본래부터 민가에서 쓰던 삼현이다.
그는 “1989년 6월 전북도립국악단 창단연주회에서 민(民)삼현육각이 연주됐고, 1997년 10월 전주시립국악단 창단연주회에서 농(弄)삼현육각이 복원됐다”면서 “하지만 전주의 전라삼현육각도 민간에서 하던 민삼현은 사라지고 공연용으로 하는 농삼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농삼현은 전라삼현육각보존회에 의해 연주되고 있다. 민삼현과 농삼현은 쓰임에만 구별이 있을 뿐 실상 악곡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선율의 시김새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하지만 현재는 악곡부터 전혀 다른 음악으로 간주될 정도로 그 차이가 분명하다.
“대금은 호흡을 통해 빠져나가는 음색이 중요하다”
그는 전북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음악과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금연주자인 그가 어떤 남다른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궁금했다. “어쨌든 관을 통해서 울리는 호흡, 호흡을 통해 빠져나가는 음색이 중요합니다. 대금의 특색이 있다면 천공입니다. 갈대 속의 얇은 막을 채취해 말린 ‘청’을 천공에 붙이는데, 대금의 음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마도 사람의 목소리 외에 가장 직접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울릴 수 있는 악기가 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1985년 대금을 시작한 이후 이생강 명인(국가무형문화유산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문하에서 대금산조를 익혔다. 1994년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에 입단, 32년간 대금 연주자로서의 역량을 키워 왔다.
그는 전통 대금산조의 맥을 이으며, 한국적 선율 안에 현대적 감각을 녹여내는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대금 부수석, 전북특별자치도무형유산 전라삼현육각 대금이수자 및 보존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외에서 15여 차례의 독주회를 열어왔다.
그는 "전라삼현육각은 정자선-정형인-전태준-전라삼현육각보존회로 이어져온 전북특별자치도의 100년이 넘는 문화유산이다. 1950년대 전주농고 농촌예술반을 지도하던 정자선의 아들 정형인에 의해 학생들에게 교육되어졌다. 시간이 지나 그 학생들 중 전태준에 의해 전라삼현육각 농삼현이 전수되어 1984년 전북예술회관에서 재현 연주가 발표되면서 보존회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하는 사회의 변화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2000년도 이후 지금 현재 농삼현을 이끄는 전라삼현육각보존회의 전승 사범들의 합류로 많은 활동들을 하게 됐다. 그는 2005년에 지금의 연주자들이 합류하면서 악보작업, 음원작업을 통해 그 원형을 찾고 계승해 오고 있다고 했다.
전태준선생 사사, 전라삼현육각과의 인연 잇지 못해
그는 “전라삼현육각 예능보유자였던 고(故) 전태준 선생으로부터 음악을 사사하면서 예술 세계를 확장했다”고 했다.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전승된 전주 삼현육각의 맥을 잇기 위해 매년 정기공연을 개최하고 전수 교육생을 배출하고 있다.
2011년도 9월 30일 전라북도문화재 제46호 전라삼현육각으로 지정받으면서 전승 사범인 이항윤, 박지중, 김인두, 조용오, 고은현, 김근수가 2018년도와 2019년도 두 해에 걸쳐 이수자로 지정받았다. 현재 6명의 전승 사범을 중심으로 공연과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3기 전수생까지 교육되어 30여 명에 이르는 단체가 됐다.
현재 월 첫째 주 월요일 오후 4시,셋째주 토요일 오후 1시에 경원동 전수관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한자리에서 기본적으로 17분 동안 농삼현 합주를 한바탕 연주를 한다. 2회 합주를 한 후 식사를 한다.
이회장은 “지난 20여 년간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온 전라삼현육각보존회가 각종 공연을 통해 연례 음악과 의례음악을 복원해 전북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 전라삼현육각의 계승을 위해 앞으로도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한국문화 산업의 기초를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어 “무형유산 전승은 사명감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정책과 예산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앞으로도 대금과 삼현육각의 전통을 계승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없어질 위기에 있던 음악을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 열정을 통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음악이 됐다"고 한다. 말러의 교향곡(Gustav Mahler), 아이리시 발라드(Irish Ballads), 클랜시 브라더스(The Clancy Brothers)처럼 말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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