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종종 정당의 이해와 계산 속에 갇혀, 정작 사람은 뒤로 밀려난다. 유권자는 후보의 역량과 비전을 보기보다 ‘어느 당인가’를 먼저 따지게 되고, 그 결과 선택은 단순해지지만 정치의 본질은 흐려진다. 정당은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정치는 방향을 잃는다. 정치의 출발과 종착은 언제나 사람이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선거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지역에서는 본선거의 의미가 크게 약화된다. 경쟁과 검증은 사라지고, 유권자의 선택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정치인은 유권자보다 당 내부를 먼저 바라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후보자들의 행보다. 유권자에게 정책과 공약으로 다가가기보다, 당원과 당 책임자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반복된다.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줄을 잘 서는 것이 능력처럼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정작 지역 주민을 위한 고민은 뒤로 밀린다. 이러한 정치 풍토 속에서 유권자는 묻게 된다. “저 후보는 과연 우리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치의 출발점이 유권자가 아니라 당 내부라면, 그 결과 역시 유권자를 향하기 어렵다.
이제는 방향을 분명히 바꿔야 한다. 정치의 중심을 정당이 아니라 사람으로 되돌려야 한다. 인물 중심의 선거는 단순한 인기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성과 능력, 도덕성과 실천 의지를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하자는 요구다. 유권자가 후보자의 삶과 정책을 충분히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거는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다. 누구를 뽑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전략공천과 같은 폐쇄적 구조를 줄여야 한다. 개방형 경선과 같은 제도를 통해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후보 검증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당은 특정 인물을 가리는 장벽이 아니라,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공정한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당의 간판이 아니라 사람의 경쟁력이 드러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정치의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유권자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어차피 정해진 결과”라는 체념은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한 표의 기준을 바꾸는 것, 그것이 정치 혁신의 시작이다. 후보의 이름과 이력, 정책을 꼼꼼히 살피고 판단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정치인은 더 이상 당의 눈치만 보는 존재가 아니라 시민을 바라보는 존재로 변화하게 된다. 선택의 기준이 바뀌면 정치의 방향도 바뀐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치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지역의 목소리도 살아난다. 중앙의 논리에 가려졌던 지역의 현실과 요구가 정책으로 이어지고, 각 지역이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지방시대의 출발이다. 정당 중심의 획일적 정치로는 다양한 지역의 문제를 담아낼 수 없다. 사람 중심의 정치만이 지역의 다양성과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
결국 정치 혁신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느 당의 후보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이 반복되고 일상이 될 때, 정치의 기준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사람이 앞서는 정치, 유권자가 중심이 되는 정치, 그리고 지역이 살아나는 정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바로 그것이다.
/송완복(농업회사법인자연가 이사장, 자유치유생리 전문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