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5일은 내게 조금 특별하다. 어린이날이자 결혼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세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이 날의 주인공은 늘 아이들이었다. 케이크의 촛불보다 놀이공원의 웃음소리가 먼저였고, 기념일의 의미는 자연스레 가족 중심으로 기울었고, 부부의 시간은 늘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런데 올해, 그 익숙한 풍경에 변화가 찾아왔다.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딸이 사실상 ‘어린이날’을 졸업하게 된 것이다. 인턴 생활을 시작한 큰아들을 제외하고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보낸 하루는 여느 때처럼 웃음으로 가득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묘한 여운이 남았다.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스며드는 순간, 나는 우리가 또 한 걸음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어릴 적 어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커서 뭐가 될래?”였다. 그 질문을 수없이 지나오며 어느덧 한 직장과 가정을 책임지는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보다 마음은 여전히 어딘가 덜 자란 채 머물러 있는 느낌. 어쩌면 내 안에도 ‘피터팬’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피터팬 콤플렉스’는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심리로 이해되며, 때로는 사회적 미성숙의 징후로 간주된다.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마흔이 넘어 막내를 얻고, 다시 학업에 도전하여 석·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젊은 청년들과 무대 위에서 뮤지컬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을 정체가 아닌 삶을 향한 또 다른 열정과 도전으로 전환하려는 하나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아이 같은 마음’이 아니라 ‘어른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삶의 무게를 느끼고, 미래와 노화, 그리고 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자꾸만 어린 시절로 도망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결국 삶은 회피가 아니라 마주함 속에서 깊어진다.
아이들과 보내는 어린이날은 끝나가지만, 삶의 즐거움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시작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고, 때로는 실패를 겪으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한 어른이 되어간다.
5월 29일, 정읍 연지아트홀에서는 ‘하늘을 나는 피터팬’ 이란 뮤지컬이 펼쳐진다. 그날만큼은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자녀들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아보길 권한다. 무대 위 피터팬을 보며, 아이에게는 꿈을 선물하고 어른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으면 좋겠다.
5월이 지나가기 전,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상을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오승옥(문화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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