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루도서관(지은이 윤후명, 펴낸 곳 문학과지성사)'은 시인, 소설가, 화가 그리고 예술가. 한국 문단의 거목 윤후명의 유고 시집 『모루도서관』이 작가 타계 1주기를 맞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명궁』(문학과지성사, 1977)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시인의 마지막 시집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모두 미발표작으로 고인의 제자이자 소설가 정태언이 정리해 묶었기에 더 각별하다. 특유의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문체로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윤후명은 둔황과 로울란 등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인간 삶의 고독과 사랑을 그린 소설집 『돈황의 사랑』(문학과지성사, 1983) 외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몽골, 러시아, 유럽 등지에 이르기까지 자아탐구를 위해 끝없이 어딘가로 떠나야만 하는 인물들을 그려왔다.
그의 소설이 세계 각지를 떠돌며 자신을 찾아 헤매는 이산의 정서를 담아냈다면, 그의 시는 오랫동안 그리워한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환의 정서를 담고 있다. 전 생애를 걸쳐 떠돌던 인물이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곳, 윤후명에게 그러한 장소는 꿈에서도 잊히지 않는 고향 ‘강릉’이다. 이번 시집의 제목 “모루도서관”은 강릉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관을 이루는 근간이자 원류라 칭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채 여덟 살에 고향 땅을 떠나야 했던 작가가 고희에 이르러 돌아와 명예 관장으로 수년을 지낸 특별한 장소이다. 언제 어디서나 고향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그의 문학적 종착지가 마지막 시집으로 현현한 것이다. 첫 시집을 묶을 당시 시를 쓰는 일의 고독함과 사물에 관한 무서움을 말하면서도 끝끝내 문학으로서 비상(飛翔)하기를 염원한 사람. 평생을 문학과 한 몸이 되어 호흡하며 살아온 작가 윤후명의 마지막 시집 『모루도서관』은 세상의 외로운 이들에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청춘에게 시인이 선사하는 열린 장소이자 처소가 되어줄 터이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떠남과 귀환이 한 몸이 되는 길, 멀리 갈수록 자기 자신의 기원과 더 가까워지는 길. 시인은 현전과 부재를 갈라놓지 않는다. 두 장면이 한 생애에서 서로를 마주 보게 만든다. 시집의 모든 길, 모든 새, 모든 고향, 모든 세계, 모든 죽음을 애도하는 팔순의 자화상은 뿌리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어째서 사라질 수 없는지를 고백하는 동시에 돌아갈 수 없는 장소의 빈자리가 어떻게 더 생생한 기억을 촉발하는지를 증명해낸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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