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의 시대(지은이 서재정, 펴낸 곳 창비)'는 21세기 미국의 패권전략과 한반도 안보 환경 사이의 구조적 딜레마를 체계적으로 진단했다. 9·11부터 사드 배치, 6·15 남북정상회담, 최근의 트럼프 재선 등 지난 20여년간 한반도 안보의 주요 국면마다 발표해온 글들을 묶은 이 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및 안보 정책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평화체제의 구축은 지난 70여년간 우리에게 익숙해진 ‘전쟁체제’를 넘어 전혀 다른 질서로 전환하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그 전환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실천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일임을 진지하게 환기한다.
우리는 지금 ‘괴물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팬데믹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전쟁과 분쟁은 일상이 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과 강대국 중심으로 유지되어 오던 국제질서는 패권국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와 힘의 논리 속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폭력에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무력하다. 불안정한 한반도 역시 요동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구조적으로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와 조미(북미)관계에 언제 중동발 불똥이 튀어도 이상하지 않고, 당장 한국에서는 환율과 유가가 흔들리며 생활필수품 수급이 불안해졌다. 위기는 이미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아슬아슬한 복합위기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을 자극하는 단편적인 뉴스가 아니라, 이를 만들어낸 구조를 제대로 읽는 일일 것이다. 이 거대한 불안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할 방법은 무엇일까. 국제 규범이 무력해진 시대에 한반도의 운명은?/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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