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지리를 매개로 한국의 현대 지성사 탐구

전성욱 '취약함의 정신사, 숭고함의 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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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함의 정신사, 숭고함의 서사들(지은이 전성욱, 펴낸 곳 갈무리)'은 문예비평가 전성욱의 다섯 번째 비평집으로, 아시아라는 상상의 지리를 매개로 한국의 현대 지성사를 탐구한 작업이다.

이어령, 김용운, 김윤식, 조동일, 김지하, 최원식, 백영서 등 한국의 포스트식민 남성 엘리트들은, 그 식민주의의 트라우마가 남긴 정신사적 결여를 메우기 위하여 막대한 담론의 서사를 구축해야만 했다. 그들은 근대화의 역사적 시간을 통과하면서 ‘민족’에 기대어 ‘세계’로 비약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동아시아’는 서구적 근대라는 거대한 역사적 관념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자 방법이었다.

그들은 서구의 변증법적인 사고체계와 비대칭성의 문명을 넘어서기 위해 통합적이고 소통적인 대칭성의 사고형식을 창안하려고 했다. 요컨대 동아시아는 극단의 치우침을 아우를 수 있는 중도의 사상이자 문명 전환의 기획으로서 제기됐다.

바로 그 거대한 아우름의 사상을 서사화한 담론이 곧 그들의 공허한 정신사적 결핍을 채우는 환상, 즉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이었다. 그러나 가부장적 근대화가 남긴 상처는, 그들이 소망하고 추구했던 탈식민의 서사화를 가로막는 깊고도 어두운 심연이었다. 따라서 생태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시선을 통해 그 심연을 들여다보면, 한국 현대 지성사의 성취와 문제성은 더 또렷이 드러나게 된다. 곧 이 책은 한국 현대 지성사가 무엇을 욕망했고, 또,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정신사적 지도이기도 하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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