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익산 왕궁리유적에서는 ‘달빛 아래 깨어나는 백제왕궁의 밤’이라는 주제로 국가유산야행이 열렸다. 2018년부터 시작한 야행은 2023년에는 3만5천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국가유산청 최우수 야행으로 선정되었고, 이 경사는 24년, 25년에도 계속되었다. 올해 야행은 왕궁리유적 뿐 아니라 금마면에 있는 익산세계유산센터와 금마 로컬푸드 등에서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야행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준 덕분인지, 7만여명이라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익산 외곽지역에서 불과 3일동안 열리는 백제왕궁 야행은 이제 인기스타가 되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마한백제문화연구소도 이 기간에 유적 경내에서 ‘왕궁갤러리’ 부스를 운영하였는데, 갤러리를 찾으시는 분들을 보면서 익산 야행이 제대로 입소문이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여에서 방문했다는 퇴직자 부부, 땅끝마을 완도에서 소문듣고 왔다는 젊은이, 야행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어느 지자체 공무원들에 이르기까지 야행에 찾아온 손님들은 참으로 다양했다. 야행이 처음 열렸던 2018년, 유적의 담장 밖 어두컴컴한 모퉁이에서 유적 사진 몇 장 걸어놓고 백제문화의 탁월함을 자랑했던 사람으로서, 야행의 놀랄만한 성장은 마치 내 일인 것 마냥 대견하고 뿌듯하다.
야행이 일반 축제와 다른 점은 그 개최장소가 국가유산이라는 점이다. 개최 목적 또한 국가유산의 가치를 좀 더 잘 향유하고 보존하는 것에 있다. 이에 연구소는 야행에 참여한 방문객들이 유산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알고 즐긴다면 훨씬 더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을 않을까하여 2022년부터 야행에서 ‘왕궁갤러리’를 운영하였다. 유적의 정원유구 근처에 익산 백제문화유산 사진을 전시하고 야행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이 국가유산의 가치를 설명해 왔다.
작년에는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10년이 된 해였기에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주제로 전시하였고, 올해는 ‘과학으로 만나는 미륵사지 석탑’을 주제로 해설했다. 재미있게 즐기려고 온 축제인데, 사진을 펼쳐놓고 공부를 시킨다면 참여를 주저할 것도 같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올해는 전시되어 있는 왕궁리유적 발굴조사 사진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발견한 어느 방문객의 이야기가 특별히 마음에 남는다. 발굴 작업을 하느라 얼굴을 숙이고 있는 사진 속 그분이 입고 있는 빨간 조끼를 보자마자 아버지임을 단숨에 알았다고 하였다. 아버지가 살아돌아온 것 같았다는 방문객의 감사인사 한마디에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울컥하고 말았다. 이러니 어찌 백제왕궁의 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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